유럽위기 확산되나…금융시장 ‘가시밭길’

유럽위기 확산되나…금융시장 ‘가시밭길’

입력 2010-06-07 00:00
수정 2010-06-07 10:5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유럽 재정위기가 헝가리 등 동유럽으로 확산될 것이란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헝가리 악재’로 인해 지난 주말보다 40원 이상 급등한 1,24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도 전날보다 39.77포인트(2.39%) 내린 1,624.36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앞서 새로 출범한 헝가리 정부는 재정적자 규모가 이전 정부가 밝혀온 것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밝혀 글로벌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헝가리가 ‘제2의 그리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유로화 투매 현상이 벌어졌다.

 헝가리 사태가 수출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지만 이와는 별도로 국내외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키로 했다.

 최근 유럽 문제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헝가리 사태가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추가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럽 악재에 원화가치·주가 급락헝가리 악재로 원화가치와 주가가 모두 급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중 42원 이상 급등하며 1,243.8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지난달 하순 천안함 사태 결과 발표를 전후해 4거래일간(19~25일) 103원 이상 폭등했던 환율은 5월말 이틀 동안(27~28일) 58원 이상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그러다 이달 들어서는 천안함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소 완하하고 유럽발 추가 악재가 나오지 않자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이번에 다시 ‘외풍’에 출렁이고 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당 1.20달러대가 무너졌던 유로화는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장중 1.18달러대까지 낙폭을 키웠다.

 이에 따라 위기감이 높아진 역외세력들이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코스피지수도 이날 오전 9시53분 현재 전날보다 39.77포인트(2.39%) 내린 1,624.36에 거래되고 있다.외국인은 이날 550억원 이상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개인 역시 600억원 이상 순매도를 나타내고 있다.

 해외증시 역시 유럽 악재의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3.48% 하락하며 9,600선 밑으로 밀려났다.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발행하는 외화채권의 신용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도 소폭 반등했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CDS프리미엄은 지난 2일 1.39%에서 3일 1.3%로 하락했다가 4일 1.37%로 올랐다.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국가 신용도가 나빠져 해외채권을 발행할 때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는 의미다.

 ◇“위기확산론 과장..현실화땐 출구 멀어져”남유럽의 재정위기가 동유럽을 거쳐 유럽 전반으로 퍼질 것이라는 최근의 우려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헝가리는 이미 2008년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 재정 건전화가 진행돼 남유럽 국가들과 달리 적극적인 재정 지출로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펴지 못했는데,고위 당국자의 자국 재정에 대한 우려 섞인 발언이 전해졌다는 이유로 재정위기설이 제기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 문용필 연구원은 “헝가리는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1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 등 IMF가 제시한 재정건전성 목표치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수치상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여 당국자 발언에 따른 해프닝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지난주 말 부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한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도 “헝가리는 수년간 공공 금융의 건전화를 위해 많은 진전이 있었다”며 “헝가리의 재정 관련 상황은 과장됐다”고 말했다.

 또한 헝가리의 재정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는 경우에도 국내 익스포져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수출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하면서 유럽 전체의 수요가 위축돼 동유럽 실물 경제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헝가리를 비롯해 폴란드와 체코 등 비교적 동구권에서 비교적 경제 규모가 큰 이른바 ‘CE3(중부유럽 3국)’은 유로 지역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데,유럽의 재정 긴축은 이들 국가의 수출에 악재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의 수요 위축이 미국의 대 유럽 수출에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전 세계 경기 회복세가 주춤해져 출구전략이 미뤄질 수 있다.

 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유럽의 재정위기가 미국 정책금리 인상시기를 늦출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연구원 조경엽 경제연구본부장은 “사태가 스페인으로 확산되고 헝가리를 넘어 미국 등으로 퍼지면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10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헝가리 악재’가 없더라도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됐지만 이 같은 금융시장의 빈번한 해외발 악재가 금리인상 시점을 잡는 데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주목된다.

 한편 정부는 헝가리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외환수급 상황 등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정치적 이슈에 대한 연예인들의 목소리
가수 아이유, 소녀시대 유리, 장범준 등 유명 연예인들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대한 지지 행동이 드러나면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직접적인 목소리는 내는 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연예인도 국민이다. 그래서 이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대중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연예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