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inside] 고령화 시대 ‘또 다른 이슈’

[Weekend inside] 고령화 시대 ‘또 다른 이슈’

입력 2012-02-04 00:00
수정 2012-02-0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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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세대’ 345만명… 예비노인의 우울한 경제학

3년 전 중소기업 부장으로 은퇴한 김모(61)씨는 요즘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서울에서 109㎡(33평)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변액연금도 있지만 월 총소득은 100만원 정도다. 아파트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두 아들의 결혼자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씨는 “작은 아파트로 이사 가는 거야 두 부부가 사는데 문제없지만, 직장일에 매여 재무와 건강, 심리적으로 노후에 대비해 준비하지 못한 것이 큰 후회”라고 했다.

고령화를 연구하는 사회학계에서는 김씨 같은 58~64세(1948~1954년생) 인구를 ‘잊혀진 세대’(forgotten generation)라고 칭한다. 이들은 ‘예비노인’으로 법적 노인인 65세 이후에 대비해 돈과 건강, 심리적으로 적응하고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지만 정작 국가의 정책이나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후 세대’인 49~57세(1955~63년생)는 베이비부머들로 정년 연장 논의, 제2의 인생을 위한 직업교육 등 사회적 관심이 아주 높은 세대다. 고학력자가 많아 노후에 대비해 개인적 준비를 하는 이들도 많다. 또 잊혀진 세대의 이전 세대는 이미 법적 노인들로 지하철 등 경로우대할인,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건강진단, 노인돌봄서비스, 기초노령연금, 노인일자리사업 등의 혜택을 받는다.

잊혀진 세대는 345만 9276명으로 전체 인구의 7.2%를 차지한다. 베이비부머(694만 9972명·14.5%)나 법적 노인 인구(625만 1583명·13.0%)에는 못 미치지만 사회의 관심을 못 받을 만큼 적은 수도 아니다.

잊혀진 세대의 노후준비에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재무분야다. 잊혀진 세대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노동연구원의 ‘베이비붐 세대의 근로생애와 은퇴과정 연구’ 보고서는 베이비부머의 노후 준비를 비교·연구하기 위해 잊혀진 세대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1946~1954년생을 등장시켰다.

보고서에 따르면 잊혀진 세대 중 노동을 하는 비율은 29.8%로 베이비부머(64%)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연간 개인총소득도 1113만원으로 베이비부머(2386만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잊혀진 세대의 연령이 더 높으니 일정 정도 당연한 결과라고 보기에도 큰 차이다.

특히 잊혀진 세대는 부동산 비중이 총 자산의 90%에 이른다. 금융자산 비중은 8.4%로 베이비부머(16.25%)의 절반 수준이다. 필요할 때 바로 사용할 돈이 적다는 의미다. 보험자산은 1%에 불과해 4.6%에 이르는 베이비부머에 비해 노후 준비도 열악했다.

잊혀진 세대가 법적 노인세대에 진입해 국민연금을 받는다 해도 특별한 부수입이 없다면 1년 평균 총소득은 1000만원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됐다. 평균 순자산(1억 597만 3600원)을 모두 금융기관에 예치해도 이자수익은 연간 400만원(연리 4% 가정)이고, 평균 국민연금은 연 600만원 정도이기 때문이다.

잊혀진 세대는 평균 3.2명의 아이를 낳아 평균 1.99명을 출산한 베이비부머보다 자식을 위한 총지출도 크다.

전문가들은 생애 연령은 급격히 늘어나는데 노인으로 접어드는 데 필요한 심리적 준비도 부족하다고 했다. 잊혀진 세대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빈 둥지 증후군’을 겪는 대표적 세대로 심적 부담도 크다. 이들의 이혼율(전체 이혼건수 중에 세대의 이혼건수 비율)은 6.1%에 이른다. 10년 전 같은 연령대의 이혼율은 2.2%였다.

한경혜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우리는 65세 이상을 모두 노인이라 부르지만 실제 영 올드(65~75세), 미들 올드(75~85세), 올드 올드(85~95세), 올디스트 올드(95세 이상) 등으로 나뉘며 각 단계에 따라 재무, 건강, 심리, 사회적 상황이 모두 다르다.”면서 “그간 관심을 받지 못한 예비노인들이 노후에 대한 준비능력을 키우도록 활발한 연구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12-02-0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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