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두 기관의 간부회의 분위기는 영 딴판이었다고 합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서울 중구 태평로 청사에서 오전 9시부터 약 10분간 열린 짧은 회의시간 동안 국감에서 나온 지적을 직설적으로 언급하며 “여러분들이 너무 느슨하게 일하는 것 같다”, “그동안 뭘 준비했느냐” 등 말로 앞에 앉은 간부들을 강도 높게 나무랐다고 합니다. “취임 후 신 위원장의 저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싫은 소리를 하시더라도 좋은 말로 타이르는 식이었는데 이번엔 시종일관 불호령을 내리셨다.”(간부회의 한 참석자)
같은 시간 한강 건너 여의도에 있는 금감원에서도 최수현 원장이 간부들과 마주앉았습니다. 하지만 최 원장은 평소와 달리 회의를 티타임으로 대체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국감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 직원은 “어떤 꾸지람이 나올까 많이 걱정했는데 의외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두 기관의 내부 분위기가 사뭇 달랐던 것은 국감에 대한 상반된 평가 때문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입니다. 상대적으로 국감을 수월하게 치른 신 위원장은 직원들을 떳떳하게 꾸짖을 수 있었지만, 청와대 회의 진술 번복에 따른 위증 논란 등 곤욕을 치른 최 원장은 머쓱했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 위원장은 특유의 순발력으로 비교적 무난하게 국감을 치렀고 최 원장은 불투명한 태도 때문에 취임 후 이뤄놓은 공(功)까지 이번 국감에서 까먹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국감장에서 어떻게 대응했느냐도 중요하지만 감독 소홀의 직접적인 책임이 아무래도 금감원에 있기 때문에 더 매서운 화살이 최 원장에게 꽂힐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고 동정론을 폈습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3-10-2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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