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3위 삼킨 13위…호반건설, 대우 인수 확정

업계 3위 삼킨 13위…호반건설, 대우 인수 확정

이두걸 기자
이두걸 기자
입력 2018-01-31 22:46
수정 2018-02-0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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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협상자 선정…2년뒤 인수

낙점 비결은 자금력·오너경영
건설업계 시공 순위 13위인 호반건설이 3위 업체인 대우건설의 인수자로 낙점됐다. 산업은행은 31일 이사회를 열어 대우건설 지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본입찰에 단독 참여해 무난하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이 사모펀드 ‘KDB 밸류 제6호’를 통해 보유 중인 대우건설 주식 2억 1093만 1209주(지분율 50.75%)다. 호반건설은 매각 대상 지분 50.75% 중 40%만 주당 7700원에 사들이고, 나머지 10.75%는 2년 뒤에 인수하기 위해 산업은행에 풋옵션을 부여했다. 지분 40%의 인수 대금은 1조 2801억원으로 추산된다. 호반건설이 분할인수 방식을 선택한 것은 당장의 인수자금을 낮추고 산업은행을 2대 주주로 묶어 향후 수주나 금융사 지원에 도움을 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에 투입한 자금만 3조 2000억원이다. 취득원가의 절반 수준으로 판 셈이다.

호반건설은 시공능력평가 13위 업체로 ‘호반 베르디움’이라는 브랜드를 보유한 아파트 전문 중견 건설회사다. 대우건설은 삼성물산, 현대건설에 이어 업계 3위의 대형 건설사다. 2016년 기준 매출액은 호반건설이 1조 2000억원, 대우건설이 10조 9857억원이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셈이다.

산업은행은 2월 호반건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정밀 실사를 거쳐 최종 매매계약 조건을 확정한 뒤 올여름쯤 매매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대우건설이 호반건설의 품에 안기자 건설업계는 놀라움과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건설업계는 호반이 대우를 인수할 수 있었던 비결로 풍부한 현금 흐름과 오너 경영체제를 꼽았다.

이번 인수에 따라 대우건설이 은행 관리 체제를 벗어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주인이 바뀌면서 ‘알짜’ 재산이 계속 매각돼 온 데다 주택사업은 두 회사가 중복되는 사업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대우건설 직원들도 말을 아꼈다. 한 임원은 “착잡하지만 새 주인이 결정됐으니 회사가 안정적으로 굴러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2018-02-0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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