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로그] 국내외 기관들 성장률 잇단 하향 조정
기재부 “건설 부진” 분상제에 미지근당정 안팎 우려에 국토부 부담 커져
“집값보다 성장률 중요 판단” 분석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아니 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 문제에서 한발 물러난 이유는 뭘까요.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등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정리하면 가장 중요한 원인은 ‘내년 경제 상황’이었습니다. 최근 국내외 경제기관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는데요.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2.0%, 내년을 1.8%로 제시했고, 모건스탠리는 올해 1.8%, 내년 1.7%로 예상했습니다. 한마디로 내년이 더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이유로 경제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건설투자 부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 미지근한 반응이었습니다. 실제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1일 “분양가 상한제 시행령이 마련되는 10월 초에 바로 작동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국토부는 집값만 잡으면 그만이겠지만, 기재부는 경제 성장과 고용, 부동산 시장 등 경제 전반을 보고 정책을 취해야 한다”며 ‘김 장관의 독주’를 꼬집기도 했습니다.
결국 내년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가 됐고, 당정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국토부와 김 장관의 부담도 커졌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경제가 어려울 때 (국토부가) 원흉으로 지목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꼈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김 장관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결국 김 장관의 ‘집값 잡기’보다 홍 부총리의 ‘경제성장률 지키기’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2019-10-0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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