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총장 후보군 벌써 물밑 경쟁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 정치권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등 국내 정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가운데 반 총장 뒤를 이으려는 차기 사무총장 후보자들의 물밑 경쟁이 벌써 시작돼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반 총장의 한국 정치 참여설이 이 같은 조기 출마 경쟁을 가열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유엔 소식통은 15일(현지시간) “반 총장 뒤를 이을 후임 총장 자리를 놓고 유럽과 오세아니아, 남미 출신 대통령과 전 총리, 외교장관 등이 물밑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원국, 특히 P5(미국·영국·중국·프랑스·러시아) 등을 대상으로 비공개 선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2016년 말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의 후임을 선출하는 선거는 아직 1년 반이나 남았지만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 맨해튼 등에서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들을 비롯, 잠룡들도 비공식적으로 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전날 ‘유엔 사무총장을 위한 레이스가 조작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차기 선거가 꽤 남았지만 유엔 사무총장이 되고 싶은 열망을 가진 후보들이 반 총장 뒤를 이으려는 움직임을 시작했다”며 “확실한 선두주자는 없으나 외교가에서는 리투아니아 대통령과 호주·뉴질랜드 출신 전직 총리 몇명, 그리고 남미 국가 대통령·외교장관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FP에 따르면 이들은 비공식 채널뿐 아니라 유엔총회를 통해 미국 등 주요 강대국들과 협의하고 있다. FP는 “차기 총장 레이스는 맨해튼 커피숍을 비롯해 유엔 외교가, 외교정책 콘퍼런스홀, 출장을 오고 가는 공항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P5의 반대에 부딪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조작’ 수준의 정치적 선거”라고 지적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FP가 벌써 차기 총장 레이스 기사를 쓴 것은 반 총장이 한국 정치권에서 언급되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며 “반 총장이 관련 보도를 부인한 만큼 임기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2014-11-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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