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터·수위 거치며 히로히토·닉슨 등 세계 명사에 서비스
무려 72년 동안 한 호텔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세계적 명사들을 맞았던 스리랑카의 ‘영원한 현역’ 호텔리어가 94세를 일기로 숨졌다.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 있는 갈페이스 호텔의 수위 코타라푸 차투 쿠탄이 세상을 떴다.
숨질 때까지 직원 신분을 유지한 쿠탄은 1942년부터 한 번도 갈페이스 호텔을 떠난 적이 없는, 이 호텔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1980년대에 웨이터 일은 거의 손을 놨지만 한결같이 호텔 정문에서 손님이 들어오면 공손하게 합장하며 맞아주는 역할은 멈추지 않았다.
1864년 세워져 아시아에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갈페이스 호텔에서 72년 동안 근속하면서 쿠탄이 모신 손님은 세계적 명사를 모두 망라한다.
히로히토 일왕,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배우 로런스 올리비에, 극작가 버나드 쇼, 자와할랄 네루 전 인도 총리 등은 쿠탄에 앞서 고인이 됐다.
영국 여왕이 되기 전의 엘리자베스 공주, 엘리자베스 여왕의 부군인 에든버러 공이 총각 시절에 스리랑카를 방문했을 때도 웨이터로 모셨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전투기가 콜롬보에 추락하는 장면도 목격했다.
인도 남부 케랄라에서 태어난 쿠탄은 18살 때 일자리를 찾아 스리랑카로 건너왔다. 자신은 신심 깊은 힌두교도지만 몇년 전 사별한 스리랑카인 아내는 기독교 신자였다.
1996년 부친이 사망하면서 호텔을 물려받아 2대에 걸쳐 쿠탄을 직원으로 고용한 산지브 가디너 회장은 “정말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호텔 측은 1분 동안 추도 사이렌을 울려 쿠탄의 명복을 빌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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