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제공역서 일상적 정찰 임무중 러 전투기가 부딪쳐…국제법 위반”
러 “러 공역 침범 무인기, 조종력 상실해 추락…무기 사용·접촉 없었다”
美, 러 대사 초치해 항의…러 대사 “흑해 비행은 도발, 대립은 원치 않아”
“냉전 이후 첫 물리적 충돌 사례” 우크라전 대립 양국관계 더 경색될 수도
2020년 1월 14일 미국 네바다 상공을 비행하는 MQ-9 리퍼 무인항공기(드론). 2020년 11월 7일 입수 사진. AFP 연합뉴스/미 공군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14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초치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이 사건을 도발로 본다”고 강조했다.
안토노프 대사는 이어 “카렌 돈프리드 미국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차관보가 이번 사건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러시아에 미칠 파장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측과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어 발언을 교환했지만, 회담은 건설적이었다고 안토노프 대사는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가 미국과의 대결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양국이 ‘의도하지 않은 충돌’이나 ‘우발적인 사건’에 휘말릴 상황을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와 미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실용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찬성한다”고 덧붙였다.
14일(현지시간)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가 미국 국무부 초치로 카렌 돈프리드 미국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차관보를 만난 후 건물을 나서고 있다. 2023.3.14 AP 연합뉴스
AP통신은 미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자국 상공 인근에서 비행하는 상대국 군용기를 차단(intercept)하는 행위는 과거에도 종종 발생한 적이 있지만 이처럼 물리적 충돌로 이어져 미군기가 추락한 것은 냉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제임스 헤커 미 유럽공군사령관은 “러시아 항공기가 국제공역에서 일상적인 작전을 수행하던 MQ-9을 차단하고 부딪히는 바람에 무인기가 추락해 완전히 소실됐다”며 “러시아 측의 안전을 도외시한 비전문적 행위로, (부딪힌) 두 항공기가 모두 추락할 뻔했다”고 말했다.
미군 유럽사령부는 14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러시아의) SU-27기 2대가 흑해 상공 국제공역에서 운항 중이던 미 공군의 정보감시정찰(ISR) 무인기 MQ-9을 안전하지 않고 비전문적인 방식으로 차단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MQ-9 리퍼. 미군 유럽사령부
이 당국자는 러시아 전투기 한 대가 드론 위로 비행하면서 연료를 뿌리고 이탈한 뒤 다른 전투기도 같은 행동을 하려다 드론과 충돌하면서 MQ-9 드론이 파손돼 드론 조종사가 해상으로 추락하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항공기 차단 행위 자체가 드문 일은 아니지만 대부분 차단 행위는 상대 항공기의 정체 등을 파악할 목적으로 안전하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무인기의 임무와 관련해 “MQ-9은 ISR 자산”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하기 전부터 무인기가 흑해 지역을 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흑해는 중요하고 분주한 국제 수로라 우리가 흑해 국제공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인기는 “우크라이나의 그 어떤 영토와도 확실한 거리가 있었다”라며 국제공역이자 해역에서 비행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무인기의 무장 여부나 민감한 기술을 탑재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으며 현재로서는 러시아가 무인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4일(현지시간) 미군 유럽사령부는 “(러시아의) Su-27기 2대가 흑해 상공 국제공역에서 운항 중이던 미 공군의 정보감시정찰(ISR) 무인기 MQ-9을 안전하지 않고 비전문적인 방식으로 차단했다”고 밝혔다. 2023.3.14 CBS 자료화면
러시아 국방부는 미국 MQ-9 무인기가 크림반도 인근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국경 방향으로 비행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무인기가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임시로 설정한 공역의 경계를 침범했으며 조종력을 상실하고 강하하다가 수면과 충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 항공기는 무기를 사용하거나 무인기와 접촉하지 않았으며 러시아 전투기는 비행장으로 안전하게 귀환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행위를 비판하고 앞으로도 국제공역에서 이 같은 비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화상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이 문제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의 방해 자체가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는 위험하고 어설프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경우”라며 “미국은 흑해 상공에서 비행을 계속할 것이며, 우리가 비행하는 데 있어 러시아에 알릴 필요는 없다”고 규탄했다.
2015년 8월 1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알라비노에서 열린 국제육군경기대회 개막식에서 러시아 Su-27 전투기가 곡예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과 러시아는 이번 무인기-전투기 충돌 사건에 대해 현재까지는 신중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양국관계가 더욱 경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국 정치권 일각에선 이미 러시아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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