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흑해곡물협정 철회 압박… 곡물 운송 급감으로 세계 식탁 위협

러, 흑해곡물협정 철회 압박… 곡물 운송 급감으로 세계 식탁 위협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3-07-14 00:31
수정 2023-07-14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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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만료 협정 연장할 근거 없다”
작년 11월 후 선박 합동검사 늦춰
운송량 월 420만t→200만t으로 뚝

UN 국제결제망 연결로 연장 제의
러 “금융제재 탓 우린 효과 없어”
“협정 중단 땐 곡물 가격 급등할 것”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맺은 흑해곡물협정을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 세계의 식탁이 위협받고 있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은 오는 17일 네 번째 종료 시한을 앞둔 흑해곡물협정을 연장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AP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흑해곡물협정은 전쟁 중이라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과 비료 수출을 지속하기 위해 맺은 양국의 약속이다. 1년 전 튀르키예와 유엔(국제연합)의 중재로 이뤄진 협정을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은 흑해 연안의 항구를 통해 외국으로 수출될 수 있었다.

흑해곡물협정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상 최고치로 급등한 세계 식량 가격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최초 120일간 유효한 계약 대신 한시적으로 두 달간 연장하는 조치를 3번 시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유엔 등 4자가 참여하는 선박 합동 검사를 늦추고 선박 운송을 거부하면서 흑해의 곡물 운송량은 이미 급감한 상태다. 1일 평균 선박 검사 횟수는 지난해 10월 11회, 올 6월 2회로 감소했고 곡물 수출량은 지난해 10월 420만t에서 올해 6월 130만t으로 감소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러시아 농업은행의 자회사를 국제 결제 시스템인 스위프트(국제은행 간 통신협회)에 연결하는 대가로 흑해곡물협정을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금융거래 제재 탓에 곡물협정이 자국의 수출에는 효과가 없다고 강변한다. 미국,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국은 지난해 6월 러시아의 스위프트 거래를 금지하는 금융 제재를 부과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끝난 뒤 “흑해곡물협정이 나토 동맹국의 새로운 무기 지원 공약에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러시아는 항상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새로운 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경로’를 차단한다”고 비난했다. 나토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 강화되자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경제 제재 완화라는 결과를 얻어냈다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막시모 토레로는 “흑해곡물협정이 연장되지 않으면 세계 식량 가격이 급등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의 곡창’이자 세계 최대 곡물 생산국 중 한 곳인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전에는 흑해를 통해 연간 약 2500만~3000만t의 옥수수와 1600만~2100만t의 밀을 수출했다. 2021년 원조 식량의 20%인 88만t을 우크라이나에서 구매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흑해곡물협정이 중단되면 아프리카 식량 위기가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2023-07-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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