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탱크맨 연상… 42세 시민 앤서니
영웅담 퍼지자 中 관영 매체 “쇼” 비난지난 25일 홍콩 범죄인인도법안 반대 시위 현장에서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겨누는 경찰 앞을 안경 쓴 남성이 막아섰다. 그는 무릎을 꿇고 “총을 쏘지 말라”고 했다. 경찰의 발길질에 뒤로 넘어진 남성은 30년 전 중국 톈안먼 민주화 운동 당시 양손에 봉지를 들고 탱크를 막아선 ‘탱크맨’을 떠올리게 하며 곧 세계에 알려졌다.
‘홍콩판 탱크맨’은 42세 시민 ‘앤서니’로 확인됐다고 27일 영국 BBC가 홍콩 독립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날 밤 우산과 휴대전화만 챙겨 집을 나선 앤서니는 각목을 든 채 흥분한 시위대를 말리던 중 총성을 들었다.
앤서니는 총을 든 경찰을 향해 달려 나가 “이건 도움이 안 된다, 도움이 안 된다”고 외쳤다고 했다. 그는 “전신이 덜덜 떨렸지만 그건 공포는 아니었고, 해야만 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총에 맞으면 물론 가족에 죄책감을 갖게 되겠지만, 그래도 옳은 일이라는 쪽으로 생각이 되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앤서니의 영웅담이 퍼지자, 중국 관영 매체는 그를 비난하고 나섰다. 시위대가 전열을 정비할 수 있도록 “쇼를 벌였다”고 주장한 것이다. 앤서니는 “나는 그저 우연히 그 자리에 있게 돼 사태를 중단시키려 한 중년의 남자일 뿐”이라며 “전혀 대단치 않은 일”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19-08-2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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