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가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커지는 증거”가 있다면서 아마도 “상당한 둔화”를 경험할 것 같다고 밝혔다. 2016.07.05. 사진=AP 연합뉴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결정 이후 금융·통화정책 완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영란은행은 5일(현지시간) 금융정책위원회를 열고 은행들의 경기대응자본완충 비율을 0.5%에서 0%로 낮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은행들의 가계·기업대출 여력이 최대 1500억파운드(약 226조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영란은행은 설명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로이즈, 바클레이스 등 주요 은행장들은 이날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과 면담한 뒤 내놓은 성명에서 “추가된 자본 여력을 가계와 기업대출 지원에 사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영란은행은 성명에서 “일부 위험들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며 “현재 영국 금융안정 전망은 도전적”이라고 평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커지는 증거”가 있다면서 아마도 “상당한 둔화”를 경험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경제산업조사센터(Cebr)가 영국에 기반을 둔 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벌여 공개한 조사 결과, 향후 12개월간 경제에 대해 비관하는 기업의 비중이 브렉시트 결정 전 25%에서 결정 이후 49%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영란은행은 이에 그치지 않고 조만간 추가 통화정책 완화 조치들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니 총재는 지난달 31일 “경제 성장 전망이 악화됐다”며 “올여름 일부 통화정책 완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7~8월 중 현재 0.5%인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양적완화 확대에 나설 것임을 강력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영란은행은 오는 15일 정례 통화정책회의 를 열고 이튿날 결과를 발표한다.
또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도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자 재정기조 전환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현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영국 경제가 당장 3분기부터 리세션(2분기 연속 경기 후퇴)에 빠져 3분기 이후 1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영란은행의 조치가 나온 이날 부동산펀드 환매 중단이 이틀째 발생했고 파운드화는 또 31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아비바는 이날 자산 18억파운드(약 2조 7000억원)의 ‘아비바 인베스터스 부동산펀드’의 환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스탠더드라이프 인베스트먼트도 전날 29억파운드(약 4조 4000억원)의 부동산펀드의 환매를 중단했다.
환매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펀드가 보유한 현금유동성이 바닥난 것이다.
이는 다른 부동산펀드들도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와 펀드들이 투자한 빌딩들의 매각에 나서면서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급락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촉발했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부동산펀드들은 환매 요구가 거세지자 자금 인출을 중단시킨 바 있다. 그 여파로 영국의 부동산 가격은 고점 대비 40%가 하락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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