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이탈리아에서 영국 웨스트 요크셔주로 이주해 온 그라치아(29)의 발언은 이탈리아인 특유의 과장이 섞여 있을 수 있다. 하지만 2년 가까이 보지 않았던 딸을 만난 것이라 과장만은 아닐 수 있겠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딸의 얼굴이 정말 하얘져 충격을 받았다며 서글픈 일이라며 제발 크림을 바르지 말라고 애원했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그라치아가 처음 스테로이드 크림을 바른 것은 열여덟 살 때였다. 자신의 얼굴이 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에야 크림 바르는 일을 그만 뒀다. “그렇게 오랫동안 내가 사용했다는 점에 화가 났다. 스스로를 좋아하는 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바른 크림은 습진과 같은 피부 질환을 단기적으로 치료하는 스테로이드 제제 클로베타솔 프로피오네이트(clobetasol propionate)다.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으며 국민건강서비스(NHS)는 환자들에게 일주일 정도만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 크림의 부작용은 피부를 하얗게 변색시키는 것인데 그라치아처럼 미용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이나 여성들이 불법적으로 이 크림을 구매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BBC는 전했다. 일부는 그냥 미용용품인 줄 알고 쓴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부과 전문의들은 장기간 의사의 조언을 듣지 않고 사용하게 되면 다양한 피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피부 상담의인 왈라얏 후사인 박사는 열여덟 살 때 사진과 현재 그녀의 피부 색깔을 비교하며 “정말 이것이 당신 사진 맞느냐”고 반문할 지경이었다.
BBC 취재진은 소비자인 척 행세해 요크셔주의 미용실 일곱 곳 가운데 여섯 곳에서 문제의 크림을 살 수 있었다. 사지 못한 일곱 번째 점포는 약품이 다 팔려서 구입하지 못했다. 후사인 박사는 크림들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고 전하자 “정말정말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수마니도 2년 써본 뒤 부작용을 경험했다. “얼굴에 점이 생기기 시작했고 크림 통을 열 때는 눈물이 항상 고였고 따끔거렸다.” 약국에 문의했더니 당장 쓰지 말라는 말이 돌아왔다. 얼굴이 하얗게 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그만 두고 두 달쯤 뒤에 원래 얼굴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아니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얼굴이 까매져 두달 동안 바깥 출입을 하지 못했다. 이제는 딸까지 엄마처럼 하고 싶다고 해 어떻게든 말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일 이 품목의 허가를 취하했다. 지난 1월 중국에서도 어린 아기에게 이 크림을 썼더니 얼굴이 크게 부풀어오르는 부작용이 생겼다고 국내 언론에도 크게 소개됐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