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인생> 태진아 “나이 드니 사랑 의미도 바뀌더라”

<노래 인생> 태진아 “나이 드니 사랑 의미도 바뀌더라”

입력 2014-12-22 07:43
수정 2014-12-22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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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사랑타령’ 발매…”사랑으로 모두 용서했으면”데뷔 44주년 맞은 트로트계의 ‘최고봉’

‘옥경이’, ‘사랑은 아무나 하나’, ‘동반자’, ‘사랑은 장난이 아니야’, ‘미안 미안해’, ‘거울도 안보는 여자’, ‘노란손수건’, ‘사모곡’….

가수 태진아(본명 조방헌·61)의 빅 히트곡을 세려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란다.

올해로 데뷔 44주년을 맞은 태진아는 명실공히 국내 트로트계의 ‘최고봉’이다.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면서도 멜로디와 가사가 어렵지 않아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가 ‘태진아표 트로트’의 강점이다.

타고난 가창력을 지닌 가수지만 가요계에선 노력파로 더 인정받는다. 거의 매년 빠짐없이 새 앨범을 내놓는 열성이 이런 노력을 보여주는 한 예다.

환갑이 넘은 나이임에도 그는 여전히 쉬지 않고 음악 활동을 하며 꾸준히 신곡을 발표하고 있다.

태진아는 올해만도 2개의 음반을 발매했다. 지난 2월 발표한 ‘자기야 좋아’와 지난 10일 공개한 ‘2015 태진아 사랑타령’이다.

그는 ‘사랑타령’을 내년에 발매하려다가 일정을 앞당겼다고 밝혔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올해 팬들을 위로하고픈 마음을 담은 곡을 만들어서다.

그는 “국민 모두에게 힘든 해였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모두 그렇더라. 하지만 사랑으로 모든 걸 용서하고, 희망을 갖고, 용기를 냈으면 한다. 그런 마음으로 만든 곡이다. 내년에 내려다가 팬분들 모두 사랑으로 한해를 마무리했으면 해서 발매를 서둘렀다”고 말했다.

◇ 새 앨범 직접 작사·작곡…”사람, 인생에 대한 사랑 노래”

태진아의 새 앨범 ‘사랑타령’에 수록된 타이틀곡 또한 ‘사랑타령’이다. 태진아 본인이 직접 작사·작곡한 곡이다.

언뜻 그의 과거 노래들과 비슷한 레퍼토리가 연상되나 그는 ‘사랑’의 의미가 다르다고 부연했다.

과거 ‘사랑’이 남녀 간의 사랑에 국한됐다면 이번 노래의 ‘사랑’은 ‘세상에 대한 사랑, ‘사람에 대한 사랑’, ‘인생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는 “올해 사건 사고가 참 많았다. 국민 모두 힘들겠지만 이 슬픔을 이겨내자고 말하고 싶었다. 시간이 흐르고 보면 이 슬픔도 사랑이구나, 앞으로 남은 인생도 사랑이구나 하고 깨닫는 날이 오지 않을까. 사랑으로 모든 걸 용서하고, 희망을 갖고, 용기를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내 주머니에 돈 떨어지니 양주 먹다가 소주를 먹고 / 내 주머니에 돈 떨어지니 자가용 타다가 버스를 타고 / 내 주머니에 돈 떨어지니 고기 먹다가 라면을 먹고 / 내 주머니에 돈 떨어지니 친구마저도 나를 떠나가네’라는 가사는 힘든 상황이지만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슬플 때가 있으면 기쁠 때가 있다. 잘 나갈 때가 있다 보면 못나갈 때도 있다”면서 노래 가사를 인용해 “어차피 가는 세월은 잡을 수가 없고 가는 청춘도 잡을 수가 없다. 세상천지를 다 준다고 해도 지나간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자신이 바로 이런 가사와 같은 인생을 살았기 때문이다.

알려지다시피 그는 충청북도 보은군의 빈농 가정에서 태어나 배를 곯는 경험을 하며 성장했다. 우여곡절 끝에 가수로 데뷔해 1974년 MBC 10대가수 가요제 남자신인상을 받으며 성공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가는 듯 보이지만 뜻하지 않게 활동을 접고 1980년 미국 길에 오른다.

그는 4년 뒤 돌아와 재기를 노리지만 실패를 거듭한다. 희망이 보이지 않을 즈음인 1989년 아내의 이름을 딴 노래 ‘옥경이’가 공전의 히트를 치며 그 뒤로는 탄탄대로를 걷는다.

◇ “가족이 나의 원동력…모든 노래 주인공은 옥경이”

태진아의 가족 사랑 또한 그의 히트곡만큼이나 유명하다. 그는 여러 매체를 통해 자신의 히트곡 중에서도 단연코 ‘옥경이’를 ‘최고의 노래’로 수차례 언급했다.

이번에 발매한 앨범 ‘사랑타령’에도 ‘옥경이’가 또다시 수록됐다.

지난주 만난 그는 “내 인생의 99%가 옥경이, 아니 내 인생의 전부가 옥경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로 그가 운영하는 음반기획사 ‘진아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는 아내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다.

그는 “인생의 가장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하며 힘든 순간마다 사랑으로 극복하게 해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어릴 때도 고생 많이 했지만 미국에서도 정말 힘들었다. 게다가 미국서는 말도 안통하지 않느냐. 돈의 귀중함도 새삼 깨달았다. 그래도 아내가 옆에 있어 어려움을 다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2004년 발표한 ‘동반자’도 이런 아내와의 사연을 담은 곡이다.

그는 “어느 날 집사람하고 와인 한잔하면서 살아온 얘기를 하던 중 ‘당신이 나의 동반자네’라고 말하는 순간 후렴구 멜로디가 떠올랐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아들이 바로 가사를 붙여 완성한 곡”이라고 ‘동반자’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태진아는 그러면서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꼽는다면 최고 순간은 옥경이를 만난 때”라면서 “사실상 내 모든 사랑 노래는 옥경이를 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그다음으로 꼽는 인생 최고의 순간은 가수로 활동하는 아들 이루(본명 조성현·31)가 태어난 때다.

태진아는 이루 얘기를 할 때면 얼굴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80세 노모가 환갑 아들에게 길 다닐 때 조심하라라고 한다는 말이 있는데 내가 꼭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이루를 보면 마치 내 20대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면서 “아들이 인도네시아에서 한류 주역이다. 난 거기서 완전히 로드매니저 역할이다”라며 웃었다.

실제 이루는 외국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지에서 드라마와 광고에 출연한 것은 물론 내년에는 영화 촬영도 앞뒀다.

그는 “가수 생활하면서 보니 노력만큼 중요한 게 없는데 아들이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인도네시아어 공부도 열심히 하더니 이제는 곧잘 한다. 내 아들이지만 진짜 대견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년이면 데뷔 10년을 맞는 아들이 내년 초 다른 가수와 컬래버레이션(협업) 곡을 발표하고, 국내 활동을 다시 시작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 “다시 태어나도 가수…노력하는 자만이 끝까지 살아남는다”

그는 아들처럼 여기는 가요계 후배들에게도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노력하는 자만이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게 가요계 한가운데서 40년 이상 선후배와 동료 가수들을 지켜본 끝에 내린 태진아의 결론이다.

그는 “항상 더 노력하고, 항상 더 연습하고…이 두가지 만이 답이다. 노력하는 자만이 끝까지 살아남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태진아 스스로도 올해 초 가수 비와 컬래버레이션 공연을 펼치는 등 세대를 초월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가수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모임인 대한가수협회장을 수년째 맡고 있는 태진아는 최근 가요계 변화에 대해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음반시장이 예전의 100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 것 같다. 이렇다 보니 가수들이 이벤트성으로 음반을 내는데 큰 그림을 그리면서 신중하게 했으면 한다. 영원히 남을 수 있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태진아는 조언했다.

다양성이 줄어든 것에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가요가 젊은층 위주로 소비되면서 나머지 세대를 위한 노래가 점점 줄어든다는 점에서다.

”이번 앨범에 ‘옥경이’부터 ‘사모곡’까지 예전 히트곡을 다 담았다. 히트곡만 따로 내면 수익이 더 나겠지만 어르신들을 위해 음반 한장으로 태진아의 히트곡을 다 들어 볼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그는 노래를 더 쉽게 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사랑타령’ 앨범에 담을 예전 곡을 고를 때도 ‘따라부르기 쉬운 노래’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는 “내 노래를 사랑해주는 어르신들이 이제는 나이를 드셔서 1, 2절 가사가 다른 노래를 어려워한다. 그래서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로 추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어르신들을 위한 영화도 제작해보고 싶다면서 “전국 다니면서 보면 절 사랑해주고 손뼉 쳐주는 분들이 다 어르신들이다. 이분들이 즐길 것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진아는 이렇게 박수받을 때마다 자신이 가수를 택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태진아는 “난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가수를 할 거다. 계속 노래하고 싶다. 이렇게 좋은 직업이 또 어디 있겠느냐. 외국에서 교포분들 대상으로 공연할 때 ‘고향의 봄’을 부르면 관객분들이 합창하면서 운다. 가수는 노래로 상대를 위로하는 직업”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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