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건축, 사람을 이야기하다

네덜란드 건축, 사람을 이야기하다

입력 2013-08-20 00:00
수정 2013-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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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교류재단 주최 ‘네덜란드에서 온 새로운 메시지’展

지난해 개관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시립 근대미술관 신관. 고색창연한 붉은 벽돌 옆에 뜬금없이 네모난 흰색 대형 욕조를 연상시키는 건물이 들어서 논란을 일으켰다. 건물은 1층이 외부에 그대로 드러난 형태라 마치 공중에 붕 뜬 것처럼 기괴했다. 미학적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찬사와 함께 옛 청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수년 전 유리벽에 둘러싸인 서울시 신청사가 완공됐을 때와 상황이 비슷했다.

암스테르담 시립 근대미술관의 신관. 역사적 건물을 증축했으면서도 형태와 재료의 과감성으로 논란을 불러왔다. 흰색 욕조를 연상시키는 신관 건물은 1930년대 칠해진 본관 건물 흰색 벽의 특징을 극대화한 것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제공
암스테르담 시립 근대미술관의 신관. 역사적 건물을 증축했으면서도 형태와 재료의 과감성으로 논란을 불러왔다. 흰색 욕조를 연상시키는 신관 건물은 1930년대 칠해진 본관 건물 흰색 벽의 특징을 극대화한 것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제공
사람의 움직임에 따른 감정을 시각화한 조명 작품 ‘피트’.
사람의 움직임에 따른 감정을 시각화한 조명 작품 ‘피트’.
그러나 암스테르담과 서울이 논란을 푸는 방식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었다. 네덜란드에선 이를 하나의 요소를 극대화시킨 건축가의 다양성으로 이해한 반면, 우리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석조 건물인 옛 청사를 건드리는 것은 근대 건축물 훼손이라는 비판에 밀려 제대로 된 담론조차 형성하지 못했다. 염상훈 건축디자인스튜디오 와이 소장은 “과거나 전통을 미래로 가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는 네덜란드에선 (과거 건축물의) 보존 또는 해체에 대한 논의도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런 네덜란드의 실용 문화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곳의 건축과 디자인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네덜란드에서 온 새로운 메시지’전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한 전시회는 오는 10월 30일까지 서울 중구 수하동 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갤러리에서 이어진다.

네덜란드는 동성애 결혼, 마리화나, 안락사 등을 합법화한 관용적 태도에서 보여지듯 예술에서도 다양성을 중시한다. 핵심은 인간 행동에 실용성과 미학을 접목시킨 인문주의다. 이재준 새동네연구소장은 “산업화 이후 건축과 디자인, 예술은 하나의 맥락에서 파악된다”면서 “1990년대 이후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최고 수준에 오른 네덜란드 건축 설계와 디자인의 차별성은 바로 사람에서 출발한 사람 중심의 이야기라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특징은 이번에 전시된 12점의 건축물 도면과 사진, 종이로 만든 축소 모형에 담겨 있다. 주택 단지를 조성하는데 오래된 교회당이 버티고 있어 고민하던 동네에선 교회당을 헐어야 할지, 개발을 포기해야 할지 갈등하다가 솔로몬의 지혜를 찾았다. 건축가 그룹인 ‘아틀리에 프로’가 교회당 지붕을 제거하는 대신 외벽을 그대로 살리고 양 측면에 주택을 건설한 ‘루드허호프’(2005년)를 내놓은 덕분이다. 교회당 내부는 모든 주택이 공유하는 성스러운 중정(中庭)으로 탈바꿈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가 완공한 ‘크레머 미술관’(2013년)은 현란한 리모델링 기술을 선보인다. 목화 창고로 쓰이던 2.2m 높이 건물의 2층을 싹둑 잘라내 올린 뒤 철골구조의 유리로 마감했다. 실제 건물은 3층 높이의 전시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유명 설계회사인 MVRDV(야콥 반 레이스 등 3명의 건축가 이름을 따서 지음)는 3층 창고 건물의 옥상에 아이들만을 위한 파란색 주거 공간인 ‘디던 빌리지’(2006년)를 완성한다.

디자인 전시물 12점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피트’.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수백개의 원뿔 아이콘이 반응해 움직이는 역동적인 조명 작품이다. ‘속삭이는 의자’는 1.5m가량 높이의 의자 2개 사이에 10여m 길이의 두루마리 종이를 둥그렇게 붙여 두 사람이 비밀스럽게 속삭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이 실제로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되살리는 능력을 잃을 뿐이라는 데 착안해 만든 ‘기억의 세계로 안내하는 소리’는 환자와 가족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다. 디지털 보석에 특별한 추억이 담긴 음악을 저장해 둔 것이 비결이다. 건물 밖 바람의 힘을 이용해 도심에서 긴 스카프를 짤 수 있도록 설계한 ‘풍력 편물기’, 당근·딸기·양파 등의 식료품마다 효능과 복용법을 적어 포장해 놓은 ‘식료품 약국’ 등도 눈길을 끈다. 무료 입장. (02)2151-6514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김지향 서울시의원 “지상은 39도, 지하도 31도 넘었다···서울지하철 폭염 재난수준”

117년 만의 기록적 폭염 속에서 서울지하철 일부 역사가 체감온도 40도에 가까운 ‘찜통’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향 서울시의원(국민의힘, 영등포 제4선거구)은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지하철 각 호선 주요 역사 17개 역을 대상으로 오전 8시, 오후 3시, 오후 6시의 온도를 표본 측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옥수역의 경우 24일 오후 3시 39.3도, 오후 6시 38.1도를 기록하는 등 시민들은 ‘찜통역’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2호선 성수역 또한 24일 오후 39도를 기록하는 등 매우 높은 온도를 기록했으며 조사한 3일간 오전 8시 온도 역시 30도를 넘겨 오후 기록보다는 낮지만, 서울지하철 기준온도(가동기준온도 29℃)보다 높은 것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지하역사인 아현역(최고 31.2도), 한성대입구역(최고 31.5도), 서울역(30.5도)도 조사 기간 내 오후뿐만 아니라 아침 시간대에도 이미 29~30도를 기록하여 시민들이 온종일 더위에 노출되고 있으며, 실제 체감온도는 측정치보다 훨씬 높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상역사에 비해 지하역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지만, 밀폐 구조로 인해 공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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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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