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근대미술단체 서화협회 전시회
올해 100년 맞아 예화랑 ‘회, 지키고 싶은 것들’
일제 암흑기에 전통서화를 잇고 후대에 알리려 했던 100년 전 민족 서화가들의 정신이 ‘회-지키고 싶은 것들’ 전에서 다시 발화한다. 심전 안중식의 ‘성재수간’이 자리한 공간에는 가야금 명인 황병기가 작곡한 ‘밤의 소리’가 함께 울려 퍼진다.
예화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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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서화협회전에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취지에 따라 안평대군,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작품들과 서화협회 회원 및 비회원 작품 등 100여점이 출품됐다. 조선총독부가 주최한 조선미전보다 1년 앞선 새로운 시도에 세간의 관심이 쏟아졌다. “만자천홍(萬紫千紅·온갖 빛깔의 아름다운 꽃)”, “꿈속에 있는 조선 서화계를 깨우는 첫소리”라는 언론 호평이 이어졌고, 전시 사흘간 관람객 2300명이 다녀갔다.
암흑의 시대 속에서도 전통서화의 맥을 잇고, 이를 후대에 계승하고자 애썼던 100년 전 민족 서화가들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에서 1일 개막하는 ‘회(洄)-지키고 싶은 것들’이다. 서화협회 발기인들과 서화협회에서 그림을 배운 이당 김은호, 소정 변관식 등 서화가들의 작품 38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김방은 예화랑 대표는 “어려운 시기에 서화계의 발전과 후진 양성에 매진했던 서화협회 13인의 열정을 기억하고자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안중식이 1910년대 중엽에 그린 수묵담채 ‘성재수간’(聲在樹間)이다. ‘나뭇잎 사이로 바람소리가 들린다’는 뜻이다. 바람소리에 책읽기를 멈춘 선비의 그림자가 미닫이 문에 비치고, 마당에 나와 선 동자는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담고 있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는 이 그림에 감명받아 1993년 ‘밤의 소리’를 작곡했다. 전시장에 흐르는 가야금 선율이 바로 그 곡이다. 그림과 음악이 한 공간에서 공명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일제 암흑기에 전통서화를 잇고 후대에 알리려 했던 100년 전 민족 서화가들의 정신이 ‘회-지키고 싶은 것들’ 전에서 다시 발화한다. 소봉 나수연, 소호 김응원, 해강 김규진이 나눠 그린 8폭 병풍.
예화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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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암흑기에 전통서화를 잇고 후대에 알리려 했던 100년 전 민족 서화가들의 정신이 ‘회-지키고 싶은 것들’ 전에서 다시 발화한다. 사진작가 이상현의 ‘조선의 봄’은 1906년 산골장터를 찍은 흑백사진에 분홍색 복사꽃을 덧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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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2021-04-0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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