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서점 상위 10권 중 4권이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소년이 온다’ 등 스웨덴어 번역본
5~12일(현지시간) 일주일간 ‘노벨 위크’ 개막
하이라이트 10일 시상식…한강 드레스 관심
한강의 대표작 ‘채식주의자’의 스웨덴어판이 스톡홀름 중앙역 인근의 한 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
스웨덴의 수도이자 스칸디나비아 경제의 중심지 스톡홀름. 거기서도 스톡홀름 중앙역은 시내 가장 큰 번화가 중 한 곳이다. 5일(현지시간) 역 인근에 있는 한 서점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익숙한 책의 제목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표지에 적힌 책의 제목은 ‘VEGETARIANEN’. 스웨덴어를 읽을 줄 몰라도 눈치는 챌 수 있을 것. 바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의 스웨덴어판이었다. 검은색 바탕에 갖가지 식물이 그려진 그로테스크한 표지. 그 위에 한강(HAN KANG)의 이름이 붉은색으로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채식주의자’는 이 서점 베스트셀러(TOPPLISTA) 가장 상단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서점 베스트셀러 10권 중 네 권(1·3·6·7위)이 한강의 작품이다. 1위는 ‘채식주의자’, 3위는 ‘소년이 온다’, 6위는 ‘작별하지 않는다’, 7위는 ‘흰’.
이게 다가 아니었다. 세 번째 칸에서도 한강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제목은 ‘LEVANDE OCH DÖDA’. 뜻을 전혀 유추할 수 없어 번역기를 돌렸더니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이란다. 이런 책이 있었던가. 책을 집어 펼치니 그제야 머리를 끄덕일 수 있었다. 원제는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와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읽히며 한강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소설의 내용을 심오하게 압축한 ‘초월 번역’이다. 이 외에도 6위에는 ‘Jag tar inte farval’(원제 ‘작별하지 않는다’), 7위에 ‘Den vita boken’(원제 ‘흰’)이 각각 올랐다. 전체 10권 중 무려 4권이 한강의 소설이다.
스톡홀름 신시가지에 있는 한 작은 서점에서는 별도의 책장을 마련해 한강의 작품을 망라하고 있었다. 스웨덴어판뿐만 아니라 영어, 독어로 옮겨진 작품들도 판매하고 있다.
신시가지에 있는 한 작은 서점에 들렀더니 그곳에서도 한강의 소설은 ‘특별대우’를 받고 있었다. 아예 별도의 책장을 마련해 한강의 작품을 전부 모아놓은 것. 이 서점에서는 스웨덴어판뿐만 아니라 영어판, 독어판도 취급하고 있었다. 영어판 ‘희랍어 시간’(‘Greek Lesson’), 독어판 ‘그대의 차가운 손’(‘Deine Kalten Hände’) 등이다. 두 서점뿐만 아니라 스톡홀름에서 책을 판매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한강의 작품은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서 독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시는 이날부터 성대한 축제의 주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5일부터 12일까지 일주일간 ‘노벨 위크’가 시작됐다. 이날 오전 스톡홀름 감라스탄(구시가지)에 있는 노벨박물관에서는 노벨 위크의 시작을 알리는 간담회가 열렸다. 여기서는 오는 10일 시상식 만찬을 요리할 셰프들과 함께 베크만스 디자인대 학생들이 올해 노벨상 수상자를 떠올리며 만든 드레스가 공개됐다. 애도, 트라우마 등 한강의 소설의 주요 테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드레스도 노벨 위크 기간 박물관에서 전시된다.
스톡홀름 시가지 전경.
한강은 6일 오전 노벨박물관에 소장품을 기증하고 의자에 서명을 남기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이어 오후에는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7일에는 한국어로 작품세계를 회고하는 강연을 펼친다. 이 행사는 유튜브로도 생중계된다. 이어 10일에는 하이라이트인 시상식과 이어지는 만찬에 참석한다. 노벨상 시상식은 복장 규정이 엄격하기로 유명한데, 여성의 경우 발등까지 내려오는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 출신국의 전통 복장도 허용된다. 한강이 어떤 옷을 입을지도 관심사다. 12일에 스웨덴 왕립 연극극장에서 진행하는 현지 작가, 비평가와의 북토크를 끝으로 한강의 공식 일정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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