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선거 등록률 5.57%… 실효성 논란

재외선거 등록률 5.57%… 실효성 논란

입력 2012-02-12 00:00
수정 2012-02-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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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절차ㆍ총선 무관심으로 참여 저조

지난 3개월간 진행된 4월 총선 재외선거인 등록이 5%대의 저조한 참여율에 그치면서 재외선거의 실효성이 도마위에 올랐다.

재외동포들에 대한 참정권 부여라는 본래의 의미가 무색해질 만큼 재외선거가 동포사회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제도 전반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도 높아졌다.

특히 까다로운 등록 절차가 재외선거인 등록률을 떨어뜨린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어 12월 대선에 대비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명중 1명꼴 등록

이번 4월 총선 재외선거 대상자는 총 223만3천193명으로, 정치권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당한 규모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2일 잠정 마감한 등록자수는 12만4천350명으로, 불과 5.57%의 등록률을 나타냈다.

유형별로는 유학생과 상사주재원 등 국외부재자(총 131만4천303명)는 10만3천322명으로 7.84%가 등록했다. 또 주민등록 또는 국내 거소신고가 돼 있지 않은 영주권자 등 재외선거인(총 91만8천890명)은 2만36명만이 등록, 2.17%의 극히 저조한 등록률을 보였다. 이와는 별도로 국내에서 등록을 한 재외선거인은 992명으로 나타났다.

대륙별로는 아시아 지역 등록자가 6만8천704명으로 전체의 55.2%를 차지한 가운데 ▲미주 3만4천643명(27.8%) ▲유럽 1만3천388명(10.7%) ▲중동 4천455명(3.5%) ▲아프리카 2천168명(1.7%) 등의 순이다.

주요 3국 중에서는 ▲중국 2만3천915명(19.2%) ▲미국 2만3천5명(18.5%) ▲일본 1만8천575명(14.9%)을 나타냈다. 특히 중국 상하이의 등록자는 전체의 5%(6천488명)를 차지하면서 ‘재외선거 1번지’로 떠올랐다.

◇까다로운 절차..생업 포기해야 투표권 행사

이처럼 저조한 등록률은 재외선거 등록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편 등록이 가능하고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투표가 모두 허용되는 국외부재자와 달리 순수한 의미의 재외동포인 재외선거인은 반드시 직접 공관을 방문해 등록을 해야 하고 비례대표 선거에만 참여할 수 있다.

또 선거인 등록 후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공관을 직접 방문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공관이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동포의 경우 생업을 포기해가며 선거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아예 공관이 설치돼 있지 않은 동포 거주국도 67개국에 달한다. 조지아(舊 그루지야)의 이광복 한인회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전체 한인 50명 가운데 단 1명도 등록신청을 하지 못했다. 이곳에는 공관이 없어서 입국비자를 발급받아 비행기를 타고 아제르바이잔 대사관까지 가야 하는데 비자 발급료와 항공비만 300달러가 든다”며 “제도는 바꾸지 않은 채 선거를 하라는 것은 재외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회는 2009년 2월 재외동포 참정권 부여를 위한 공직선거법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우편 투표와 인터넷 투표 방안을 검토했지만 정당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재외투표 장소를 재외공관으로 한정했다.

이어 지난해 두차례 재외국민 모의선거를 거치면서 우편을 통한 재외선거인 등록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끝내 문제점 보완을 외면했다.

◇총선 무관심과 홍보 부족도 한 몫

재외동포들의 총선에 대한 무관심도 등록률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지적된다. 고선규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교수는 “저조한 등록률은 재외선거에 대한 인식 부족과 관심 부족을 반영한 것”이라며 “비례대표를 뽑았을 때 어떤 이익이 올 것 같지 않으니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고, 있다 해도 굳이 시간과 비용을 부담하면서 공관에 두차례나 가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 일이었겠느냐”고 말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허맹도 부단장도 “재일동포는 이주 역사가 길다. 본국을 떠난지 오래돼 실정을 너무나 모른다”며 “심지어 1세들 중에는 ‘왜 본국 정치에 우리가 관여해야 하냐’고 묻기까지 한다”고 전했다.

재외선거 홍보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배희철 회장은 “선관위의 소극적인 홍보도 등록을 저하시켰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정훈교 재외선거기획관은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홍보물을 만들어 공관에 보내는 등 해외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현지 실정에 대한 정보부재, 관련부처간 협조체제가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러나 지난해 초 55개 공관에 재외선거관이 파견되면서 그나마 홍보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인당 선거비용 23만원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재외선거 홍보 등 명목으로 80억원을 사용했고, 오는 4월 총선 실시를 위한 관리 예산으로 213억여원을 책정했다.

이를 근거로 할 때 최종 등록자 12만4천350명이 모두 투표를 한다고 해도 1표당 투표 비용은 약 23만원에 달한다. 내국인 투표비용은 17대 대선 3천870원, 18대 총선 8천427원이었다.

이 때문에 ‘고비용’ 재외선거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동포문제를 연구하는 한 인사는 “국외부재자는 몰라도 삶의 터전을 완전히 옮긴 영주권자에게까지 투표권을 준 것은 문제가 있었다”며 “투표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재외선거 무용론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절차 개선 시급

공정성 확보 논란에도 불구, 재외선거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투표소 증설과 우편ㆍ인터넷 투표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박현순 상하이한인회장은 “선거에 대한 관심과 홍보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공관 외에서도 등록할 수 있고, 투표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하며 등록 및 투표 절차가 우편과 인터넷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김종법 연구교수는 ▲법무부와 외교부, 선관위 등이 참여하는 ‘재외선거 전문기관’ 설립 ▲은행이나 공공기관에서 활용하는 공인인증서 제도를 담보로 한 ‘해외투표 인증서’ 신설 ▲재외국민 선거인명부의 데이터베이스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 세계한인네트워크 김영근 대표는 “올해처럼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지는 경우는 총선때 한번 등록하면 대선에서는 등록을 하지 않고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연구돼야 할 것”이라며 “재외동포는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이 더 크기 때문에 총선보다는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앙선관위도 제한적 우편투표제 도입 등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와함께 재미동포 단체들은 현행 제도가 원거리 유권자들의 참정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헌법소원을 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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