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건너서라도”…들뜬 상봉전야

“태평양 건너서라도”…들뜬 상봉전야

입력 2014-02-22 00:00
수정 2014-02-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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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을 하루 앞둔 22일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 모인 남측 가족들은 내일이면 가족을 만난다는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남측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가 북측 가족을 만났던 1차 때와는 반대로 2차 상봉은 북측 신청자가 남측 가족을 만나는 행사여서 남측 가족의 연령대도 낮고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밝은 분위기였다.

6ㆍ25전쟁 당시 의용군으로 북에 끌려간 것으로 알고 있던 둘째 형 정규선(84)씨를 만나는 규식(75)씨는 “64년 전 전쟁통에 헤어져 형님 얼굴도 가물가물하다”며 “만나면 반갑게 껴앉아 주고 싶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쟁통에 잠깐 나갔다오겠다며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 남궁렬(87)씨를 만나는 딸 봉자(60)씨는 “살아계셔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봉자씨는 “아버지가 전쟁통에 실종되셔서 돌아가신줄만 알았다”라면서 5년 전 숨진 어머니를 떠올리며 안타까워했다. 2차 상봉에서 부모와 자식이 만나는 것은 남씨 부녀가 유일하다.

6·25때 헤어진 누나 주귀순(82)씨와 재회하는 윤홍(78)씨는 선물을 담은 캐리어 2개를 양손에 쥔채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누나가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 살아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다”라고 기뻐했다.

이날 모인 가족 중에는 북녘 가족을 만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온 사람들도 있었다.

언니 최정애(80)씨를 만나는 정수씨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최 씨는 “전쟁 통에 언니가 학교에 갔다가 안 왔다. 그렇게 헤어졌다”라며 “캐나다에서 올 때 힘들었지만, 언니를 봐야 해서 왔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언니가 잘 해주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라고 회상했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2차 남측 가족들은 북쪽 가족에게 줄 선물을 한 아름 가져왔다. 옷과 의약품, 간식 등이었다.

서대석(81)씨를 만나러 가는 조카며느리 이호례(75)씨는 “무슨 선물을 준비해야할지 몰라 걱정이 많았는데 TV에서 1차 상봉 장면을 보면서 참고했다”라며 “인삼, 우황첨심환, 내의, 양말 등 집안일도 못하고 선물 준비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초코파이를 좋아한다는 말이 퍼지면서 한화콘도 매점은 미처 준비하지 못한 초코파이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 번에 5상자씩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피란 와중에 헤어진 언니 윤태임(82)씨와 만나는 태숙씨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입던 옷을 준비했다”라며 “유품으로 간직하시라고 가져왔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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