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에게 힘 실어주자] 갈 길 먼 책임내각
지난해 9월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격 사퇴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장관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책임지고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당시 진 장관은 ‘국민연금의 토대를 무너뜨리게 된다’며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시키는 정부안에 강력히 반발했지만 청와대는 진 전 장관을 배제한 채 기초연금 정부안을 밀어붙였다. 그 작업은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강행해 논란을 빚었다. ‘책임장관’을 공언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진 전 장관 면담 요청조차 받아주지 않았다.아무런 권한이 없기는 국무총리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책임총리제’ 실현을 둘러싸고 갑론을박하고 있으나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는 책임총리의 구현은 정쟁에 걸려 있는 쟁점일 뿐이다. 총리의 행정부 통할권, 국무위원 제청권 및 해임 건의권도 대통령의 뜻 안에서라는 제한에 갇혀 있다. 김황식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에 앞서 지난해 2월 퇴임 직전 “(우리는) 책임총리를 할 제도적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그는 “총리가 국무위원을 제청하려면, 예를 들어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 자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현재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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