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블로그] 늑장 예산 처리… 기재부 예산실 공무원 100명 “제발, 연말엔 가족과”

[여의도 블로그] 늑장 예산 처리… 기재부 예산실 공무원 100명 “제발, 연말엔 가족과”

입력 2014-11-26 00:00
수정 2014-11-26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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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직원 대부분 여의도에…호텔 빌려 2인 1실 쓰며 밤샘작업 ‘헉헉’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이 이레 남은 25일, 여야 합의를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예산안 심의의 ‘숨은 조연’인 기획재정부 예산실 소속 직원들이다. 이들은 여야가 예산안 심의에 착수한 이달 초 세종시에서 대거 상경, 국회 앞 여의도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예산안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25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현재 여의도에 집단 거류(?) 중인 예산실 직원들은 전체 직원 3분의2에 달하는 100여명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이 세종시에 살고 있지만 매일 국회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아예 예산실 차원에서 주변 호텔을 통째로 빌려 2인 1실로 생활 중이라고 한다.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사실상 예산실을 여의도로 옮겨온 셈이다.

예산실 직원들은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예산의 증액, 감액을 반복하면 실시간으로 이에 대한 적절성을 검토해야 한다. 정부 예산안을 만든 입장에서 일종의 ‘방어전’에 투입되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등 고위직들이 회의장에서 의원들과 면대면 논리전을 벌일 때 회의장 밖에서 ‘대응 전략’을 바로바로 만드는 게 이들의 역할이다.

업무는 위원회가 산회한 후에도 이어진다. 그날 증·감액된 예산을 전체 정부 부처의 시각에서 다시 따져보고 다음날 회의를 대비한 ‘작전’까지 짜고 나면 보통 새벽 1~2시가 넘어 일이 끝난다고 한다.

그나마 올해는 정치권에서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 준수 목소리가 나와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다. 본회의장 앞에서 올 새해를 맞이했다는 예산실 소속 한 사무관은 “연말 모임까진 바라지도 않는다”면서 “2015년은 제발 가족들과 맞이하게 해달라”고 간절함을 전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4-11-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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