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본 北·中 합의
북한과 중국이 14일 황금평과 나선지구 공동 개발을 위한 관리위를 출범시키기로 해 배경과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북한이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보완한 ‘6·28 방침’을 선포한 데 이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북한이 중국식 개혁 개방에 본격적으로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전문가들은 대체로 2010년 이후 지지부진하던 해당 지역의 개발을 촉진하고 북·중 경제 협력의 틀을 확대할 가능성에는 공감하나 앞으로 이를 통한 경제 협력이 빠르게 진척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황금평 지역 개발은 북한이 나선지구를 중국에 제공하는 대신 반대급부로 요구한 성격이 커 중국으로서는 실익이 크지 않은 사안”이라며 “북·중 국경지대를 중심으로 개발 협력에 합의한 것을 보면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며 이를 통해 양자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나선 지구는 중국의 물류가 동해로 나가는 중요한 거점으로,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지점”이라며 “6·28 방침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와 연계해 북·중 경제 협력이 강화되고 북한이 중국과 베트남식 개혁 개방의 경험을 압축적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황금평 개발 등에 있어 중국의 입김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개혁 개방의 긍정적 신호탄으로 보이며 향후 회담에서 북한이 중국의 경제적 지지를 요청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양국 정부가 기업이 주축이 돼 시장을 바탕으로 상호 호혜의 원칙을 강조한 것이 주목된다.”며 “경제 활로를 찾고자 하는 북한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설명했다. 그는 “2002년 북한의 신의주 특구 실패 사례와 황금평 등은 다르다.”면서 “당시 신의주 개발은 단둥 개발을 우선시한 중국 측의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에 실패로 끝났으나 이번에는 최고 지도자들이 만나 국가 대 국가로 합의함에 따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중 경제 협력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큰 틀에서의 협력을 천명한 의미는 있다.”면서도 “선언적 의미만 있고 실제 개발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연구위원은 “나선 지역만 해도 현재 유통 관련 기업만 입주했을 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지역인데 황금평은 초기 투자 비용이 휠씬 많이 들어간다고 평가된다.”며 “북핵 문제 등이 해결 안 되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를 망설이는 측면도 있는데 북한 당국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실행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2012-08-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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