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째 장터에 냉수 나눠주는 칠순할머니

25년째 장터에 냉수 나눠주는 칠순할머니

입력 2010-08-12 00:00
수정 2010-08-1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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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건네는 시원한 보리차 한잔이면 푹푹 찌는 더위도 멀찌감치 물러납니다.장터에서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분입니다”

 오일장이 서는 충북 옥천장터에는 으레 얼음을 동동 띄운 냉수통을 실은 손수레가 등장한다.

 25년을 한결같이 장터를 찾아 더위에 지친 상인들에게 냉보리차를 나눠주는 최가선(72) 할머니의 수레다.

 최 할머니가 냉보리차 봉사를 시작한 것은 25년 전 두 아들을 나란히 군대에 보내면서부터다.

 삼복더위 속에 고된 훈련을 받고 있을 두 아들에 대한 그리움에 이끌려 냉보리차를 들고 시장상인들을 찾은 게 계기가 됐다.

 냉보리차 한잔으로 땀을 식히면서 피로를 달래는 상인들을 보면서 최 할머니는 장날마다 보리차를 끓이기 시작했다.

 그 뒤 최 할머니는 날씨가 더워지는 6~8월 장날이면 으레 25ℓ짜리 물통에 시원한 보리차를 가득 담아 장터를 돈다.

 최 할머니는 “냉장고가 흔하지 않던 20여년 전 장터에는 내 수레를 기다리는 상인들이 정말 많았다”면서 “더위에 지친 상인들의 목을 시원하게 적셔주고 정겨운 인사를 나누다 보면 내 삶에도 활기가 충전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접 농사지은 보리를 볶아 차를 끓이는 것이어서 따로 돈 들어갈 것은 없다”면서 “내 수레를 기다리는 상인들이 있는 한 냉보리차 봉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 유종분(57.여)씨는 “최 할머니가 건네는 냉보리차에는 친정엄마 같은 정이 담겨 있다”면서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얻어 마시는 냉보리차는 세상에서 가장 시원하고 맛있는 차”라고 고마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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