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맞나’…도움청한 60대 장애인 폭행 의식불명

‘경찰 맞나’…도움청한 60대 장애인 폭행 의식불명

입력 2010-08-20 00:00
수정 2010-08-2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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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요청하러 경찰서를 찾았다가 경찰관에게 폭행당해 의식불명이 된 60대 청각 장애인에게 해당 경찰관은 물론 국가도 배상책임을 지게 됐다.

20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농아인 박모(68)씨는 작년 9월 지인들과 술은 마신 뒤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탔으나 술에 취한 탓에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자 도움을 요청하러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들어갔다.

그는 당직 근무 중인 경찰관에게 “어,어” 하고 소리를 내며 귀와 입을 가리키고 손을 흔들어 자신이 농아임을 알리고, 당직자가 준 종이에 ‘죄송합니다’ ‘택시’ ‘중계동’ 등의 내용을 적어 도움을 요청했다.

박씨가 귀가하지 않고 다시 경찰서에 들어와 손짓을 하자 다른 경찰관 강모(38)씨는 그가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린다고 판단, 현관 밖으로 밀쳐냈고 박씨는 계단에서 구르며 머리를 심하게 부딪쳤다.

경찰서 밖에서도 폭행은 멈추지 않았고 얼굴 부위를 세게 맞은 박씨는 코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었다.

박씨는 새까만 점액질의 피가 입술을 타고 턱까지 흐를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됐지만, 강씨는 경찰서 밖에 박씨를 방치한 채 사무실에 들어가 그대로 잤다.

강씨가 한 일이라곤 서울역 지구대에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경찰서 옆에 쓰러진 사람이 있다’며 연락한 것뿐이었다.

박씨는 아무런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채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지구대의 신고로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수술 후 현재까지도 사지가 마비된 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박씨의 가족은 ‘강씨가 경찰공무원으로 국민의 신체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도움을 요청하는 청각장애인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은 국가와 강씨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권기훈 부장판사)는 “강씨는 박씨에게 폭력 등을 행사해 급성 경막하 혈종을 발생시켰고 이후에도 보호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박씨를 현재의 상태에 이르게 했다”며 “국가와 불법행위자인 강씨는 박씨와 그의 가족들에게 1억7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강씨는 상해죄로 기소돼 지난 6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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