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외동딸 묻은 부모의 아름다운 기부

가슴에 외동딸 묻은 부모의 아름다운 기부

입력 2010-08-20 00:00
수정 2010-08-20 09:5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2006년 2월 일어난 서울 용산 초등생 피살사건으로 숨진 미연(당시 11세)양의 아버지(43)와 어머니(42)는 이듬해 1월 아름다운재단을 찾아 기부를 약속했다.

 외동딸 미연이가 이 세상을 살았던 시간인 10년동안 매년 1천만원씩 1억원을 기부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비디오대여점에 들렀던 딸이 인근 가게 주인(57)에게 납치·살해되고 시신마저 유기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10개월 만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연이 수호기금’은 4년이 지난 지금 벌써 5천만원이나 모였다.

 ‘슬픔이 분노가 되지 않게 작은 실천을 하려 한다’고 기부 취지를 전한 부부는 아이 기일마다,여름 휴가철마다 꼬박꼬박 기부를 하면서 기금이 애초 약속한 금액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10일 아름다운재단 관계자를 만난 부부는 표정이 작년보다 한결 밝아졌다.

 상처를 줄까봐 ‘미연이’라는 이름을 꺼내기도 힘들었던 재단 관계자에게 먼저 “사람에 대한 정이 많고 나눠주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며 딸 아이를 추억했다.

 맞벌이인 이들은 이런저런 일상 이야기도 꺼내는 등 상당 부분 심리적으로 회복한 모습이었다고 재단 관계자가 전했다.

 헤어지고 나서는 잊지 않고 “이 순간이 가장 보람 있고 기쁜 날입니다”라는 문자도 챙겨 보냈다.

 지난 4년간 언론과 접촉을 피해온 미연이 아버지는 20일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요즘 너무나 많이 벌어지는 아동 성폭력 사건 기사를 접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상상하기 힘든 경험을 겪은 이웃들에게 좀 더 많은 사람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큰 슬픔을 ‘나눔과 보살핌’으로 승화시킨 이 기금이 생긴 지 4년째.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사연을 듣고 “그 뜻에 동참하겠다”며 2천여 명의 시민이 여러 방식으로 온정을 보탰다.

 부부가 건넨 기부금은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를 통해 미연이가 당한 일과 같은 이유로 상처를 입은 강력범죄 피해자 열여덟 가족에게 총 3천500만원이 전해졌다.

 유영철·정남규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 가족,가게를 보다가 금품을 빼앗기고 살해당한 한 아주머니의 가족 등이 학업·의료 등 생활 지원을 받았다.

 오토바이 소매치기에게 다쳐 한동안 일손을 놓아야 했던 한 기부금 수혜자는 최근 재단에 감사 편지를 보냈다.

 “사고와 힘든 생활 속에서 그분들 마음을 전해 들었어요.돌아오는 차 속에서 고마운 마음에 열심히 살자고 나 자신과 약속했어요.사고로 몸이 많이 약해졌지만 열심히 살아요.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재단 관계자는 “이 분들은 자신의 슬픔을 다른 사람을 돌보는 쪽으로 아름답게 승화시킨 것 같다.이분들을 보면서 ‘가족을 잃은 상실의 아픔을 나눔의 힘이 치유하는구나’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정치적 이슈에 대한 연예인들의 목소리
가수 아이유, 소녀시대 유리, 장범준 등 유명 연예인들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대한 지지 행동이 드러나면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직접적인 목소리는 내는 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연예인도 국민이다. 그래서 이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대중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연예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