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전국적 정전사태…한전 “전력수급 이상있는듯”

사상 초유 전국적 정전사태…한전 “전력수급 이상있는듯”

입력 2011-09-15 00:00
수정 2011-09-1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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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에선 승강기 멈추고 도로에선 교통대란…한전 “전력수급에 문제”

늦더위 탓에 전력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15일 전국적으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 수많은 건물에서 사람들이 승강기에 갇혔고, 도로에서는 곳곳에 신호등이 꺼지면서 교통혼잡이 발생했다. 특정지역이 아니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런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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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갑작스럽게 발생한 정전으로 서울 신촌 일대 상점들이 불이 꺼저 있다. 안주영 jya@seoul.co.kr
15일 오후 갑작스럽게 발생한 정전으로 서울 신촌 일대 상점들이 불이 꺼저 있다.
안주영 jya@seoul.co.kr
특히 정부 당국이 전력 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발전소 가동을 대거 멈춘 것이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불편을 겪거나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비난이 폭발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이날 오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력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충청, 영남, 호남 등 전국 곳곳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도시지역 외에 전력수요가 많지 않은 농촌지역에서까지 정전이 잇따랐다.

하지만 비상시에 대비해 자가발전 체제를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에너지, 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은 정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지경부 관계자는 “여름철이 다 지났기 때문에 정비에 들어간 발전소가 많았다.”면서 “겨울에 대비해서 정비를 하는 것이었는데, 오늘 예상보다 수요가 많이 몰렸다.”고 말했다.

정비에 들어간 발전소는 화력발전뿐 아니라 일부 원전도 포함돼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정전으로 은행 등 금융권의 업무가 마비되는가 하면 산업계 피해가 속출했다. 엘리베이터가 멈춰 사람이 갇히기도 했다. 신호등이 꺼져 경찰이 수신호로 교통정리를 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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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종로에 한 어학원에 정전이 발생하자 직원들이 대책마련을 위해 숙의하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15일 오후 서울 종로에 한 어학원에 정전이 발생하자 직원들이 대책마련을 위해 숙의하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서울지역은 이날 오후 3시 30분쯤부터 마포·영등포·구로·강남·서초·송파·양천·성동·중구·종로·노원구 등 대다수 지역에서 정전 사태가 빚어졌다. 곳곳에서 시민들의 원성이 터져나왔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국휴렛팩커드 본사 빌딩은 오후 3시 30분부터 4시10분까지 약 40분간 22층 전층이 정전되면서 직원들이 한동안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업무가 마비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서울 전역에서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다는 신고가 모두 100건 접수돼 구조대가 긴급 투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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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로 서울 을지로 한 은행지점 ATM을 찾은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로 서울 을지로 한 은행지점 ATM을 찾은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마포구의 한 출판업체는 가동중이던 인쇄기가 멈춰 파지가 생기는 바람에 수백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정릉동에 위치한 국민대는 갑작스런 정전으로 수시원서접수 마감 시간을 연장했다. 노원구에 사는 대학원생 권모(28)씨는 2시간여동안 컴퓨터로 한 문서 작업을 일순간의 정전으로 모두 날려버려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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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 정전사태가 벌어진 15일 오후 서울 중구 오장동 사거리에 신호등의 불이 꺼져 있다. 연합뉴스
전국 곳곳에서 정전사태가 벌어진 15일 오후 서울 중구 오장동 사거리에 신호등의 불이 꺼져 있다.
연합뉴스
트위터리안들은 정전사태를 실시간으로 발빠르게 전했다. “극장인데 영화 보다가 정전 때문에 이게 뭐야. 결국 환불받고 나왔다.” “서울 명륜동 일대가 다 나가서 진료를 중단했어요. 30분만에 재개됐네요.” “장충동 사거리 왕복차선의 신호등도 정지됐다.”는 등의 반응들이 트위터를 타고 생중계됐다. 회사원 김재균(33)씨는 트위터에 “병원은 비상전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정전이어도 환자들은 안심해도 된다.”며 정보를 알리기도 했다. 사상초유의 정전사태에 경찰들도 당황했다. 서울 종로지역 신호등 10여개가 줄줄이 나가자 경찰들은 비상투입돼 수신호로 차량을 소통시켰다.

지방에서도 곳곳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한국전력 광주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오후 4시 기준으로 광주·전남 지역 13개 시·군에서 24만 가구가 정전됐다. 한전 측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갑작스런 늦더위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함에 따라 예방적 차원에서 강제적으로 절체(전기를 강제적으로 끊는 것)를 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 서구 화정동, 북구 신안동, 남구 주월동, 광산구 도산동 등과 전남 강진, 곡성, 광양, 나주, 담양, 목포, 무안 등 13개 시·군에서도 정전이 발생했다. 광주전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최근 추석을 전후해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찾아와 전력 사용량이 급증했다.”면서 “이에 발전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예방적 차원에서 1단계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한전 경남본부는 전력예비율이 6% 이하로 급격히 떨어졌다고 밝혔다.

경기 수원시 인계동, 성남시 분당구 등 경기도내 곳곳에서 전기공급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북부 10개 시·군에서 정전을 겪었고, 고양시에서만 1만 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그러나 섬에 자체 발전소를 갖고 있는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5도의 경우 정전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김병철·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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