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유형별 제각각…“치료비보다 더 들어”
#1. “정형외과에서 보험사 제출용 진단서 두 통을 떼는 데 한 장에 2만원씩 4만원이 들었다. 보통 첫 한장 2만원에 추가되는 것은 장당 1000원인 줄 알고 갔는데, 정형외과는 기준이 다른 모양이다. 한 사람이 보험을 몇 개씩 드는 시대에 진단서 발급에 이렇게 많은 비용이 든다니 어이가 없다.”(경남 염모씨)#2. “보험사에 제출할 환자보관용 처방전을 받으려고 병원 3곳을 들렀다. 2곳은 질병 코드까지 명시하는 데 2만원을 요구했고, 1곳은 아무 말 없이 공짜로 처리해 줬다. 왜 병원마다 제각각인지 알 수가 없다.”(인천 김모씨)
들쑥날쑥 기준 없는 병원진단서 발급 수수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현행 의료기관별 자율징수 방식 때문에 의료 소비자들의 부담만 커지고 있어 표준화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민원접수 창구인 국민신문고에는 ‘고무줄’ 병원진단서 발급 비용과 관련한 민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10년 120건에서 2011년 161건, 올해는 1분기에만 46건이 접수됐다. 민원을 분석하는 국민권익위원회는 14일 “진단서 수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으로 의료기관 간의 차이가 심한 데다 제출 기관이나 용도에 따라서도 비용이 달라지는 등 기준이 없어 불만 민원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원으로 나타난 ‘묻지마 수수료’는 의료기관이나 진단서 유형별로 천차만별이다. 같은 진단서인데도 병원마다 수수료가 너무 차이가 난다. 사망진단서는 1만~15만원, 장애인연금 청구용 진단서는 3000~20만원까지 66배 널뛰기를 한다. 진단서를 제출처와 용도에 따라서도 수수료가 달라진다. 보험사 제출용에 주로 쓰이는 일반 진단서의 수수료는 1만~2만원인 반면 경찰서 제출용은 5만원, 법원 제출용은 10만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험사에서 받을 통원치료비보다 진단서 발급비용이 더 많다.”는 민원이 쏟아진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 개설자는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환자에게 징수하는 제증명 수수료 비용을 게시해야 하며, 그 금액을 초과하지 못하도록만 규정하고 있다. 보건소의 경우 시·군·구 조례로 정하게 돼 있다. 이처럼 구체적 액수를 제시한 기준안도, 강제 규정도 없는 상황에서 ‘롤러코스터 수수료’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복지부, 의료계, 소비자단체 등으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국공립 병원·민간병원·보건소별 표준 수수료 상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면서 “불필요한 진단서가 남발되지 않도록 의료법 시행규칙을 정비하고, 보험사별 보험금 제출 양식을 간소화하는 공통표준안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12-08-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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