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가족 울린 공무원…자녀취업 미끼 금품 챙겨

구직가족 울린 공무원…자녀취업 미끼 금품 챙겨

입력 2014-01-20 00:00
수정 2014-01-2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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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이 ‘취업알선’ 금품수수, 노조간부가 버스기사 채용 뒷거래도

다른 지역 한 조선소에서 일하던 아들과 함께 생활하고 싶어 대전에서 아들의 일자리를 알아보던 A(54·여)씨가 지인 정모(54)씨로부터 솔깃한 소식을 접한 것은 2011년 말이었다.

대전 지역 한 구청에서 무기계약직으로 10여년간 일했던 정씨는 A씨에게 “구청 인사담당자를 잘 안다. 아들 취업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30대 초반 나이의 아들을 구청에 소개해주는 대신 돈을 요구하는 정씨에게 A씨는 당장 이듬해 1월부터 현금을 건네기 시작했다.

A씨가 6개월 동안 14차례 걸쳐 정씨에게 건넨 돈은 모두 1억1천560만원에 달했다.

퇴직 후 대전으로 온 아들을 구청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로 일하게 해준 정씨에게 A씨는 계속 믿음을 줄 수밖에 없었다.

A씨는 경찰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다가 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정씨 말을 믿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화술이 뛰어나 누구든 마음을 놓으면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A씨가 꿈꾸던 아들의 공무원 생활은 그러나 정씨 감언이설에 불과했다.

차일피일 미뤄지던 정씨의 구직 약속에 의심을 품게 된 A씨는 “누구 소개를 통해 채용하는 자리는 없다”는 구청 관계자의 말을 듣고서 사기 피해를 눈치 챘다.

A씨 피해 사례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수사한 끝에 정씨를 상습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결과 정씨는 비슷한 수법으로 A씨 말고도 다른 5명에게서 5천여만원을 더 받아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안태정 대전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이용한 사례”라며 “취업난 속 아들의 안정된 공무원 생활을 미끼로 범행했다”고 했다.

시내버스 기사 채용을 미끼로 뒷돈을 받아 챙긴 이들도 있었다.

대전의 한 시내버스 업체 노조 간부 김모(58)씨 등 2명은 2010년 7월부터 22개월 동안 기사 채용을 명목으로 입사희망자 21명으로부터 4천45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들은 노조 추천 여부가 기사채용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광버스 기사 출신인 일부 입사 희망자 가운데 운전 경력이 모자란 이들에게 증명서를 위조해준 ‘취업 브로커’도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대전시 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은 운전기사에 대한 공개채용 의무화와 노조 추천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대책을 내놨다.

조합 관계자는 “제도적인 개선과 근로자 자정결의 노력을 통해 채용을 둘러싼 비리를 없애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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