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잠수 그만두라고 말렸는데 밥도 못 먹고 진도 내려가더니…”

“이제 잠수 그만두라고 말렸는데 밥도 못 먹고 진도 내려가더니…”

입력 2014-05-08 00:00
수정 2014-05-08 04:1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수색작업 도중 숨진 이광욱씨 어머니 ‘통곡’

“너무 깊은 데 들어가면 잠수병에 걸릴 수도 있으니까 이제 일을 그만두라고 했었는데….”

이미지 확대
바지선 위에서… 생전 마지막 모습
바지선 위에서… 생전 마지막 모습 지난 6일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구조작업을 하다 목숨을 잃은 민간 잠수사 이광욱씨의 생전 마지막 모습. 이씨는 사고 당일 구조작업에 투입되기 전 언딘의 바지선 위에서 잠수복을 입은 채 사진을 찍었다.
연합뉴스
7일 경기 남양주시 남양주장례식장. 지난 6일 세월호 사고 해역에 투입된 첫날 숨진 민간 잠수사 이광욱(53)씨의 빈소에는 침통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해군특수전전단(UDT) 출신인 아버지 이진호씨의 뒤를 이어 30여년간 잠수 작업을 한 이씨의 허망한 죽음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이씨의 동생 승철씨는 “형이 어머니한테만 (진도에) 봉사하러 간다고 이야기하고 갔다”면서 “다른 잠수사들이 너무 피곤해하니까 (형이) 먼저 들어가겠다고 했다가 가이드라인(안내선) 줄이 잘못됐는지 사고가 났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아는 형은 겉으로는 그렇게 안 보여도 속은 한없이 여린 사람”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씨는 지난 6일 세월호와 연결된 안내선을 설치하려고 잠수했다가 11분 만에 의식을 잃은 뒤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슬하에 두 아들을 둔 이씨는 최근 횟집을 하다가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던 중 자발적으로 구조활동에 나섰다가 희생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군 입대를 앞두고 휴학 중인 첫째 아들 종봉(23)씨는 “할아버지에 이어 아버지까지 잠수 활동을 하셨다. 친구분들보다 본인께서 잠수 실력이 좋다고 자랑스러워하셨던 기억이 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의 어머니 장춘자(72)씨는 “아들이 진도에 내려가기 전에 전화를 했기에 ‘뭐하러 가냐. 가면 고생만 할 텐데 가지 마라’고 말렸다”면서 “밥도 못 먹고 진도에 급히 내려간다는 아들과의 통화가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몰랐다”며 통곡했다. 이씨는 1주일에 한 번씩 어머니를 찾아뵙고, 특별한 일이 없어도 수시로 연락을 하는 효자였다. 진도에 내려갈 때도 ‘앞으로 도착하려면 몇 분 남았다’고 전화를 계속할 만큼 살가운 아들이었다. 장씨는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몸 생각해서 이제 일을 그만두라고 했었는데”라며 목놓아 울었다.

지인들은 고인을 유쾌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이명숙(53·여)씨는 “가족 자체가 봉사 집안”이라면서 “(이씨의) 어머니도 부녀회장을 오랫동안 하셨고 (이씨의) 아버지도 마을 이장을 비롯한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자녀들이 자라면서 보고 배운 것이 봉사였다”면서 안타까워했다.

남양주시는 이씨를 의사자로 지정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해경에서 사실확인조서와 시체검안서 등이 도착하는 대로 보건복지부에 신청할 계획이다. 영결식은 10일 오전 9시 열린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4-05-08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