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펜션에 소화기 한대뿐…그마저 30초 작동 후 꺼져”

“큰 펜션에 소화기 한대뿐…그마저 30초 작동 후 꺼져”

입력 2014-11-16 00:00
수정 2014-11-1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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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큐장엔 소화장비 아예 없어 초기에 불길 못 잡아

화재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담양 펜션에 소화기가 단 한 대뿐이었으며 이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생존자 진술이 나왔다.

생존자들은 소화기가 충분히 비치돼 있고 관리가 제대로 돼 있었다면 불길을 더 빨리 잡고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동신대학교 졸업생인 생존자 A씨는 16일 “그 큰 건물에 소화기가 한 대뿐이 없었으며 그마저도 불이 난 바비큐장 안에는 없고 다른 건물에 있었다”고 밝혔다.

생존자들은 겨우 찾은 소화기를 직접 분사하며 진화를 시도했지만 소화기 관리 부실 또는 오작동 탓에 조기 진화의 기회는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내가 직접 소화기를 쐈지만 1분, 아니 약 30초 만에 소화기가 꺼져 버렸다”고 말을 하는 A씨의 오른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불길이 번지던 바비큐장을 빠져나오지 못한 선후배들이 입구에서 내미는 손을 잡으려다가 화상을 입은 것이다.

A씨 등 일부 투숙객의 노력에도 불길은 잡히지 않았고 순식간에 약 56㎡ 규모의 바비큐장 전체로 번졌다.

고기를 굽던 기름과 불똥이 지붕에 튀면서 시작된 불은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난 바비큐장의 바닥은 나무, 벽은 샌드위치 패널로 돼 있었고 지붕 역시 갈대로 엮어 만들어져 화재에 취약한 곳이었던 데다가 소화기 등 기본적인 화재 대비 시설 역시 없었던 점이 인명 피해를 키운 중요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9시 45분께 전남 담양군 대덕면 매산리 모 펜션에서 불이 나 50여 분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투숙객 4명(남성 3명, 여성 1명 추정)이 숨지고 펜션 주인 최모(55)씨와 투숙객 장모(20)씨 등 6명이 화상을 입어 광주 소재 병원 4곳으로 이송됐다.

투숙객은 총 26명으로 잠정 확인됐다. 대부분 전남 나주 동신대학교의 패러글라이딩 동아리 소속 재학생과 졸업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4명은 모두 한 곳에서 발견됐으며 이 중 3명은 동신대학교 졸업생이고 1명은 재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숨진 졸업생 남성 1명은 곧 결혼을 앞두고 있어 유족들과 선후배들의 비통함이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생존자들은 대부분 인근 마을 회관에 머물고 있다. 피해 상황 파악과 생존자 지원을 위해 나온 대학 관계자들과 유족 일부도 이 곳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경찰은 생존자들과 펜션 관계자를 상대로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망자의 정확한 신원 파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검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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