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원폭피해자들 조속한 특별법 제정도 촉구
일본 정부가 한국에 사는 원폭 피해자에게도 치료비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일본 대법원의 첫 확정판결이 나오면서 이제라도 한국인 원폭피해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일본 정부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이홍현씨 등 3명에게 치료비를 전액 지급하라”는 판결을 8일 확정했다.
일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료비를 전액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일본 오사카부(大阪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씨 등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원폭피해자 단체들은 일본의 전향적 판결을 환영하며 한국 정부도 늦었지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남재 원폭피해자및자녀를위한특별법추진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의 전향적 판결을 계기로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이제라도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광복 후 70년이나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실태조사가 없어 한국 원폭 피해자의 숫자는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며 “실태조사를 토대로 인과 관계가 입증되든 되지 않든 피폭 2, 3세의 피해까지 파악할 수 있는 역학조사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대법원의 판결 직전인 이날 오후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원 등 150여명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인 원폭 피해자 특별법을 조속히 심사하고 제정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2011년 헌법재판소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해결에 있어서 한국 정부가 소홀히 한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결정했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며 “우리는 조국인 한국 정부,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 정부, 또 하나의 가해국인 일본 정부로부터 모두 버림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인 원폭피해자 1세의 고통과 차별은 자녀인 2, 3세에도 이어지고 있다”며 “다양한 원폭 후유증을 앓는 후손들은 보살펴주는 사람도 없어 1세가 직접 간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원폭피해자는 개인이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피해를 보는 일제 강점기의 역사적 희생양”이라며 “원폭피해자 1세의 평균 연령은 82.5세가 됐고 생존자는 2천545명밖에 남아 있지 않아 시간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 국회의 원폭피해자 지원 특별 법안 제정 ▲ 보건복지부의 진상규명과 실태조사 ▲ 외교부의 일본 정부의 사죄와 피해 배상을 위한 외교적 노력 등을 요구했다.
앞서 국회에는 17대부터 한국인 원폭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이번 19대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 4명이 다시 법안을 상정했지만 보건복지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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