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강사들 ‘물묻힌 휴지’ 기지로 대형참사 막았다

학원 강사들 ‘물묻힌 휴지’ 기지로 대형참사 막았다

입력 2015-12-13 16:58
수정 2015-12-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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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빌딩 화재때 야간수업 300여명 안전대피 도와

경기경찰청 과학수사계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기소방재난본부 등과 합동감식을벌인 결과 원인불명의 스파크로 인해 1층 천정 전선에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경기경찰청 제공
경기경찰청 과학수사계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기소방재난본부 등과 합동감식을벌인 결과 원인불명의 스파크로 인해 1층 천정 전선에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경기경찰청 제공
지난 11일 오후 8시 18분쯤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12층 짜리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자칫 대형 인명피해를 낼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위기를 모면한 것은 학원강사들과 옆 건물 관계자들의 침착하고 발빠른 대처 덕분이었다.
 13일 경기 분당경찰서 등에 따르면 화재 당시 이 건물 2층 학원에 17개 교실에서 고등학생 300여명이 10~20명씩 모여 야간 수업을 받고 있었다.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불길과 연기를 처음 발견한 수학강사 공상태(38)씨는 복도로 뛰어 나가 최대한 큰 소리로 “불이야”를 외쳤다. “건물을 뒤덮는 연기 때문에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다”는 그는 “학생들과 재빨리 화장실에 들어가 휴지에 물을 묻혀 입과 코를 막고 건물을 빠져 나왔다”고 긴박한 순간을 전했다. 다른 강사들도 교실마다 보관하고 있던 손전등과 휴대전화로 계단을 비춰가며 지하주차장과 옥상으로 대피해 긴급 출동한 119 등에 의해 구조됐다. 강사들은 현장에 남아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안전을 확인한 후에야 병원으로 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강사 17명이 마치 잘 훈련된 사람들처럼 저마다 역할을 나눠 신속하게 대응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까운 건물 관계자들도 구조에 한몫했다. 옆 건물 입주자대표 A씨는 불길을 발견하고는 바로 철제 사다리를 불 난 건물 창틀에 고정한 뒤 30~40여명이 대피하는 것을 도왔다.
 이날 불은 이 건물 1~2층과 자동차 3대를 태운 뒤 1시간 10여 분만에 진화됐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 감식을 벌인 결과 1층 주차장에서 원인 불명의 스파크가 일어난 흔적을 발견했다”면서 “2주 후 국과수 정밀 감식결과가 나와봐야 원인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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