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늘었는데 예산은 되레 역주행

아동학대 늘었는데 예산은 되레 역주행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6-04-10 22:44
수정 2016-04-1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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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학대 전년비 3231건 급증… 예산 작년 488억서 올 116억 삭감

규정엔 “보호기관 최대 226곳” … 설치는 현재까지 54곳에 그쳐
영·유아나 장애아동 쉼터는 없어

아동 학대 사건이 잇따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지만 올해 아동 보호 예산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 2019년까지 확충하기로 한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100곳 가운데 실제로 설치된 곳은 절반에 불과하다.

10일 김은정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기고 ‘아동 학대 현황과 예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 학대 관련 예산은 일반 예산이 아닌 범죄 피해자 보호 기금과 복권 기금 위주로 편성됐다. 전체 예산은 488억 1100만원(국비 252억 4700만원)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아동쉼터 확충, 전문 인력 처우 개선을 위해 올해 예산으로 1055억 8400만원(국비 503억 8800만원)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실제 예산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100억원 이상 줄어든 372억 800만원으로 책정됐다. 국비는 185억 62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예산 감축에도 불구하고 아동 학대 신고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 접수된 학대 의심 건수는 2001년 2606건에서 2013년 1만 857건으로, 아동학대처벌법이 시행된 2014년 1만 5025건으로 급증했다. 2014년 실제 아동 학대로 판명된 사례는 1만 27건으로 신고 건수의 66.7%였다.

예외 조항이 있긴 하지만 아동복지법은 전국 226개 시·군·구 1곳당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1곳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54곳만 설치돼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2014년 추산한 적정 기관 수 100곳에 턱없이 부족하다. 김 부장은 “아동학대처벌법 이후 경찰, 검찰, 법원 등 유관 기관 공동 대응에 따라 업무량이 크게 늘어 안산아동보호전문기관은 상담원 1명이 주 68시간 근무에 월평균 13회 야간 출동 및 사후 관리를 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4년 피해 아동 발견율 전국 평균이 1.1%였는데, 미국과 호주가 각각 9.1%, 17.6%인 것에 비해 상당히 낮다”고 덧붙였다.

아동 학대를 확인한 이후도 문제다. 2014년 기준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전국 37곳, 보호 규모는 1036명이다. 그러나 아동학대처벌법으로 분리 보호된 아동 수는 2912명으로 3배에 가깝다. 김 부장은 “장애 아동이나 영·유아 전담 쉼터는 전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피해 아동이 직접 신고할 수 있는 여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아동학대처벌법이 시행된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아동이 직접 피해 신고를 한 건수는 480건으로 이전 9개월(148건)과 비교해 4배 가까이 늘었다. 김 부장은 “자신의 신고로 가정을 깨뜨렸다는 죄책감이나 가정 내에서 유일한 경제활동자인 가해자를 신고해 생계에 곤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피해자 및 피해 가정 지원 서비스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2016-04-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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