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25년 전으로 돌아갔다”…풍년에도 시름하는 농민들

“쌀값, 25년 전으로 돌아갔다”…풍년에도 시름하는 농민들

입력 2016-09-20 10:01
수정 2016-09-2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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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연속 풍작·소비량 감소·밥쌀용 쌀 수입 ‘3중고’…재고량 200만여t 역대 최대

“오죽하면 수확을 보름 앞두고 논을 갈아엎겠습니까.”

20일 오전 전북 익산시 오산면 수확을 보름 앞둬 노란빛으로 물들어가는 논에 트랙터가 들어섰다.

딱 봐도 풍작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논에 들어간 트랙터는 거침없이 벼 사이를 오가며 땅을 갈아엎었다.

전농 전북도연맹 소속 농민들은 이날 익산과 순창, 장수에서 그칠 줄 모르고 하락하는 쌀값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논을 갈아엎었다.

지난 12일에 이어 올해만 전북에서 벌써 두 번째 ‘논 갈아엎기’다.

농민들이 애써 키운 벼를 갈아엎는 이유는 올해 조생종 벼의 농협 종합미곡처리장(RPC) 쌀 수매 선지급금이 40㎏ 기준 3만5천원으로 지난해 수매가보다 2만원 가량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직 최종 수매가가 결정되지 않아 연말에 보전금을 받을 수 있지만 2만원의 격차를 메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농민 김재섭(65)씨는 “매년 ‘죽어라. 죽어라’하는 것처럼 말도 안 되게 악재가 겹친다”며 “올해도 지난해 만큼 풍년일 것 같은 데 떨어질 쌀값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이효신 전국쌀생산자협회장은 “쌀값 통계를 보면 현재 쌀값은 1991년 수준으로 돌아갔다”며 “물가상승률 등을 적용하면 오히려 대폭 하락한 셈이다. 국내 조생종 벼는 전체 생산량의 16%에 불과한데 중만생종 벼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쌀값은 더 폭락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직면한 현실은 다 자란 벼를 갈아엎을 정도로 막막하다.

3년 연속 자연재해가 없고 9월 일조량이 좋아 대풍이 들면서 쌀 생산량은 연간 400만t을 웃돌았다.

자연재해가 없어 쌀 생산량이 늘면서 쌀 재고량도 200만여t(정부 175만t, 농협RPC 33만8천t)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쌀 소비량 역시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2㎏씩 줄어 지난해는 63㎏까지 내려앉았다.

여기에 쌀이 넘쳐나는 현실에도 국제무역기구(WTO) 내국민대우 원칙 위반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되는 쌀의 80∼90%를 차지하는 밥쌀용 쌀까지 수입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밥쌀용 쌀 수입을 전체 수입량(41만t)의 30%로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사라지면서 밥쌀용 쌀 수입량이 12만3천t에서 6만t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양이 수입되고 있다.

농민단체의 강력한 요구에 정부가 나서서 ‘중장기 쌀 수급안정대책’을 수립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공급과 수요 불균형’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상만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쌀값 안정을 위해 지난해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일단 농민들에게 벼 재배면적을 줄이도록 권고하고, 다양한 쌀 소비 촉진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외에도 농민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올해부터 정부 공공비축미 중 생산연도가 오래된 쌀 10만t을 가축 사료용으로 사용하고, 밥쌀용 쌀 수입량도 2만5천t(9월 기준)으로 대폭 줄였다”고 덧붙였다.

이효신 전국쌀생산자협회장은 “쌀값 폭락의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이 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자연재해나 쌀 소비량 감소 등은 인위적인 정책으로 해결이 어렵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밥쌀용 쌀 수입을 줄이고, 농민들에게 피해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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