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근혜 ‘뇌물’보다 ‘미르·케이 의혹’ 길게 조사…왜?

검찰, 박근혜 ‘뇌물’보다 ‘미르·케이 의혹’ 길게 조사…왜?

입력 2017-03-22 10:22
수정 2017-03-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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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웅재 부장 형식상 ‘주포’ 역할…‘뇌물 조사는 특검서 충분’ 분석

검찰은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사하면서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위한 강제모금 의혹 등을 규명하는 데 역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최순실 일가 지원과 관련된 조사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이 투입됐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뇌물 관련 수사는 이미 특검에서 충분히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뇌물 의혹의 경우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구체적인 내역을 확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물리적 시간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뇌물수수자는 대개 혐의를 부인하므로 필요한 부분은 조사하면서도 통상 공여자의 흔들림 없는 진술이나 기록, 객관적 물증 확보 등 주변 조사에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이하 특수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조사는 21일 오전 9시 35분께 시작돼 이날 오후 11시 40분 무렵 종료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문조서를 검토하는 데 약 7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형사8부 한웅재(47·사법연수원 28기) 부장검사가 조사를 담당했고 오후 8시 40분부터는 특수1부 이원석(48·27기) 부장검사 조사를 맡았다.

한 부장검사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졌을 때부터 미르·K재단 의혹을 주로 수사했고 이 부장검사는 삼성의 최순실 딸 정유라 승마 훈련 지원을 비롯해 삼성과 최 씨 일가 사이에 오간 거래 관계 규명을 주로 담당했다.

이들의 주요 역할과 조사 시간 분배 등에 비춰보면 검찰은 재단 모금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규명하는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재단 구상과 설립 단계에서 어떤 지시를 했는지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박 전 대통령의 공모 관계 전반을 입증하려고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수본이 박 전 대통령 소환을 며칠 앞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나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사장 등 삼성 외 대기업 관계자를 부른 것은 두 재단의 모금 의혹을 중심으로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겠다는일종의 예고였던 셈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 관계, 기업 등 이해 관계자들과 사이에 부정한 청탁의 유무가 핵심 쟁점이라고 본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문화융성·경제 발전을 위해 재단 설립을 지원했을 뿐 출연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21일 조사 때도 이런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삼성그룹-최순실·박 전 대통령의 거래 의혹 규명에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을 투입한 것은 이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를 중점 수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선 수사에서 관련 의혹이 꽤 규명됐으므로 검찰은 이와 관련해서는 박 전 대통령에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을 중심으로 압축적으로 신문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최 씨와 공모한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이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기소 한 상태다.

검찰은 공무상 비밀 누설이나 최 씨의 지인 회사에 일감을 주도록 대기업을 압박했다는 의혹 등 박 전 대통령의 나머지 혐의에 관해서도 필요한 사실을 캐물었다.

박 전 대통령은 ‘연설문에 대해 자문했다’, ‘중소기업 애로사항 해결 차원에서 합법적 지원 방안을 살펴보라고 한 것’이라는 취지로 일부 사실을 인정하되 최 씨가 위법행위에 관여한 것을 인식하지 못했으며 이와 관련해 불법적인 이익을 얻은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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