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부산경찰’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게시물. 가상의 불법촬영 범죄자를 설정해 그를 해운대에서 찾아서 인증샷을 찍으면 선물을 주겠다는 이벤트를 홍보하는 게시물이었다. 해악이 심각한 불법촬영 범죄를 희화화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부산경찰청은 이 게시물을 현재 삭제한 상태다. ‘부산경찰’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 캡처
9일 부산경찰청이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하기 전에 부산경찰청 페이스북 페이지(‘부산경찰’)를 확인한 결과, 부산경찰청은 지난 2일 ‘해운대에 숨어있는 불법촬영 범죄자를 찾아라’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글과 함께 포스터 2장을 게시했다.
아동복을 연상시키는 옷차림을 한 성인 남성이 등장하는 이 포스터에는 “해운대 해변 곳곳에 숨겨진 불법촬영 범죄자 등신대를 찾아서 (그를 찍은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와 함께 올려주세요”라는 홍보 글이 적혀 있었다. 그러면서 해시태그와 함께 인증샷을 올리면 물티슈, 포돌이 손수건, 스포츠타올 선물을 주겠다고 홍보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범죄를 희화화했다’면서 분개했다. 한 누리꾼은 “평소에도 불법촬영 범죄로 일상에서 두려워하는 사람이 넘쳐나는데 어떻게 범죄를 이벤트성으로 다룰 수 있는지”라면서 경악했다.
다른 누리꾼도 “당신들이 장난으로 생각하는 불법촬영으로 목숨을 끊는 피해자가 있다는 걸 알고는 있느냐”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왜 범죄자는 웃긴 표정을 짓고 있고, 옷은 아동처럼 입어서 불법촬영이 철없는 장난 혹은 실수라는 인식이 들게 하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불법촬영 때문에 여자들은 공중화장실 들어가면 구멍이 있는지 확인하고, 휴지 말아서 막고, 스티커 붙이는게 일상인데 불법촬영 범죄자를 저렇게 희화화해도 되느냐”고 일갈했다.
논란이 일면서 부산경찰청은 이 캠페인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해운대 해수욕장과 같이 피서객들을 상대로 불법촬영 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장소에서 시민들과 함께 불법촬영범을 찾으면서 불법촬영 범죄의 경각심을 제고하려고 했다. 결코 불법촬영 범죄를 가볍게 생각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 “앞으로 범죄 근절 캠페인을 진행할 때는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고려하면서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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