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만 옳은 손인가… 왼손잡이 ‘차별의 일상’

오른손만 옳은 손인가… 왼손잡이 ‘차별의 일상’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8-08-13 22:42
수정 2018-08-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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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의 날’ 여전히 불편한 세상

지하철 개찰구에 가전 조작 버튼까지
오른손 위주 디자인… 왼손 전용 비싸
억지로 교정하다 아이 우울증 겪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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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인 남성(가운데)이 13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개찰구에서 오른 쪽에 놓인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기 위해 왼손을 길게 뻗고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왼손잡이인 남성(가운데)이 13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개찰구에서 오른 쪽에 놓인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기 위해 왼손을 길게 뻗고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왼손잡이인 주부 이소영(36)씨는 최근 지하철역에서 빠져나오면서 무심결에 왼편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댔다. 오른편 단말기에 태그해야 하는데 착각한 것이다. 이씨는 왼쪽 개찰구로 돌아 나가려고 했으나 입구 전용이어서 나가지 못했다. 이씨는 역무실 직원에게 “왼손잡이인데 순간 착각했다”고 사정을 설명한 뒤에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13일 ‘세계 왼손잡이의 날’을 맞아 서울신문이 왼손잡이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를 모아 본 결과 각종 시설물에서 왼손잡이에 대한 차별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오른손잡이 위주로 설계된 까닭이다. 지하철 개찰구뿐만 아니라 버스카드 단말기를 비롯해 TV·컴퓨터 모니터의 음량 조절 버튼도 오른쪽에 달려 있어 왼손잡이들을 불편하게 했다. 가위, 각종 용도에 따른 장갑, 악기 등은 왼손잡이 전용 제품이 등장했지만 시중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고 가격도 비싸다는 게 왼손잡이들의 공통된 불만이었다.

주부 이민아(40)씨는 “이어폰도 대부분 오른쪽에 조작 버튼이 달려 있다”면서 “조작을 편하게 하려고 이어폰을 반대로 끼면 귀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취업준비생인 조영민(27)씨는 “지갑형 휴대전화 케이스가 모두 오른쪽으로 열게 돼 있어 항상 두 손을 써야 한다”면서 “한 손으로 케이스를 여닫을 수 있는 오른손잡이가 부럽다”고 했다.

왼손잡이를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는 사회적 시선도 불편하다. 직장인 강하윤(25·여)씨는 “회식 자리에서 ‘어 왼손잡이였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대성(39)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왼손잡이는 천재’라는 말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듣는다”면서 “나쁜 말은 아니지만 인제 그만 듣고 싶다”고 했다.

왼손잡이에 대한 부모의 그릇된 인식 때문에 왼손잡이인 자녀는 자존감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유치원 교사 박수정(26·여)씨는 “일부 부모들은 왼손잡이 자녀를 교정시켜 달라고 요구한다”면서 “억지로 오른손을 쓰는 이런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밥을 먹을 때 항상 또래 친구들보다 뒤처져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교수는 “오른손으로 쓰도록 강요받은 왼손잡이 아이 중에 눈을 깜빡거리거나 코를 씰룩거리는 틱 장애가 온 아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강미희 광주보건대 교수는 “왼손잡이 학생들이 사회적 차별을 받지 않도록 부모와 교사가 먼저 차별 없는 시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8-08-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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