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성공 이끈 팬덤 문화의 명암
엑소 첸 그룹 탈퇴 시위
19일 서울 강남구 SM타운 코엑스아티움 앞에서 30여명의 엑소 팬이 ‘#첸_탈퇴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2020.1.19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19일 서울 강남구 SM타운 코엑스아티움 앞에서 만난 아이돌 그룹 엑소의 팬 이모(25)씨는 첸(28·본명 김종대)의 그룹 탈퇴를 요구했다. 이씨는 “심지어 ‘임신’이 엑소의 연관검색어로 뜬다”면서 “멤버들을 위해 돈과 시간, 애정을 쏟은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집회에 나온 중국인 팬 장모(21)씨도 “(첸의 결혼 발표가) 내가 좋아하는 멤버에게 폐가 되고 있다.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첸은 솔로로도 활동할 수 있다. 많은 중국 팬들이 탈퇴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검은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30여 명의 국내외 팬들은 첸 관련 포스터와 책들을 바닥에 쏟아내 밟은 뒤, 침묵시위를 벌였다.
엑소 첸 그룹 탈퇴 시위
19일 일부 팬들이 아이돌 그룹 엑소 멤버 첸의 탈퇴를 요구하며 첸 얼굴이 인쇄된 포스터를 밟고 있다. 2020.1.19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팬들의 갑론을박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보다 ‘참여형’ 팬덤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 팬들은 본인이 매니저처럼 아이돌과 같이 성장하고 키운다고 여기는 팬심을 가진다”면서 “‘아이돌이 결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치열한 토론이 오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봤다.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도 “해외에서도 연예인을 연애감정 이상으로 좋아하다가 결혼을 발표할 때 상심하는 현상은 쉽게 보인다”면서 “이번에는 그룹 팬들이 연애감정이라기보다는 팀의 가치를 걱정하는 투자자처럼 행동하는 게 특징”이라고 해석했다.
엑소 첸 그룹 탈퇴 시위
19일 아이돌 그룹 엑소 팬들이 소속사인 SM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SM타운 코엑스아티움에서 시위하는 모습. 2020.1.19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엑소는 중국 출신 멤버들이 탈퇴한 경험이 있어 팬덤에서 개인 멤버의 돌출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셀 수 있다”면서 “기획사에서도 팬들의 자발적인 목소리를 받아들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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