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女 죽인 아토피

母女 죽인 아토피

입력 2014-01-22 00:00
수정 2014-01-22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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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로이드제 연고 과다 사용 “내가 아이 망쳤다” 30대 주부 아토피 앓던 딸 살해 후 자살

딸의 아토피 피부염을 비관하던 30대 주부가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0일 오후 5시 50분쯤 부산 사상구의 한 주택에서 김모(33)씨와 딸 이모(8)양이 숨져 있는 것을 시어머니(57)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김씨는 작은방에서 목을 맨 채였고 이양은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거실에선 “딸을 올바르게 치료하지 못해 증상이 더욱 심해져 괴롭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또 “연고를 많이 사용해 딸이 쿠싱증후군에 걸린 것 같다. 후유증이 너무 겁난다”며 “나의 무식함이 아이를 망쳐버렸다. 아토피 정말 겁난다”고 적었다.

검안 결과 이양의 목에서 손으로 조른 흔적이 발견돼 경찰은 김씨가 딸을 살해한 뒤 목을 매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발견 당시 김씨의 남편은 출근한 상태였고 둘째 딸(3)은 유치원에 있었다.

경찰은 김씨가 우울증도 없었고 경제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5년 전부터 아토피를 앓아왔던 딸이 5개월 전부터 증상이 악화되자 괴로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 5년간 유명하다는 병원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최근에는 딸의 얼굴과 목까지 증상이 번져 가려움 등으로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등 더 심해졌다.

이에 김씨는 아토피 염증과 통증을 줄여 주는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딸의 상처 부위에 다량으로 바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딸에게 면역력이 떨어지는 쿠싱증후군이 생기자 김씨는 잘못된 치료를 했다며 자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현숙 한의사는 “비만, 정서불안 등의 증상이 생기는 쿠싱증후군은 보통 스테로이드 주사제나 알약 투여로 유발되고 흡수가 적은 스테로이드제 연고로는 생기지 않는다”며 “김씨가 잘못된 치료정보를 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2014-01-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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