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심폐소생술 제발 한 번만…” 죽어도 못 보내는 父情

“우리 아들 심폐소생술 제발 한 번만…” 죽어도 못 보내는 父情

입력 2014-04-18 00:00
수정 2014-04-1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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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임경빈 학생 아버지 애원에 병원 눈물바다

“우리 아들 심폐소생술 한 번만 해 주세요. 제발 한 번만….”

세월호 침몰 참사 이틀째인 17일 새벽. 시신 4구가 안치돼 있는 전남 목포한국병원은 온통 울음바다였다. 병원 영안실 앞에서는 핏기 하나 남지 않은 얼굴의 중년 남성이 쓰러져 오열하고 있었다. 전날 네 번째 희생자로 확인된 임경빈(17·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군의 아버지였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간다”며 이틀 전 집을 나선 아들은 병원 영안실의 냉동고에 누워 있었다.

아버지 임씨는 “누가 우리 아이를 저 추운 곳에 뒀느냐”며 흐느꼈다. 경찰 2명이 임씨를 부축했지만 아들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애끊는 부정을 가라앉힐 수는 없었다. 경찰은 임군이 숨진 채 바다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구조 당시 살아 있던 아들을 왜 이렇게 먼 곳까지 데려왔느냐”며 “(진도에서) 자동차로 50분 이상 걸리는 이 먼 병원까지 오다 아이가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아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기 전 단원고 2학년 4반 급우인 정차웅(17)군과 권오천(17)군이 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이미 가슴이 먹먹해진 상태였다. 그는 아들을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는 듯 보였다. 병원 관계자들을 향해 “제발 우리 아들을 냉동고에서 꺼내 따뜻한 곳에 눕혀서 심폐소생술 한 번만 해 달라”고 애원했다. 의료진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침통한 듯 고개를 숙였다. 임씨는 취재진의 옷소매를 붙잡고 “심폐소생술 한 번만 하게 해 달라고 기사라도 내주면 안 되겠느냐”며 “병원이 우리 말은 듣지 않아도 기자들 말은 듣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안타까운 속내를 감춘 채 수첩에 상황을 받아 적기 바빴던 기자도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임씨는 “내 눈앞에서 심폐소생술을 해도 아들이 살지 못하면 아들을 가슴에 묻겠다”고 했지만 그의 작은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어머니도 고작 열일곱 된 아들을 떠나보낼 수 없어 애태웠다. 어머니는 “구조가 완료됐다는 얘기에 하루 종일 부모들은 속았다”면서 “그래 놓고는 심폐소생술을 딱 한 번만 더 해 달라는 부탁조차 못 들어주느냐”며 원망 섞인 눈물을 흘렸다.

임군과 정군, 권군 등의 시신은 17일 오전 고려대 안산병원으로 옮겨졌고 합동 분향소도 차려졌다. 부둥켜안고 오열하는 유족들 사이에서 임씨는 “우리 아들 임경빈을 잊지 말아 달라”는 말을 아들의 친구들에게 남긴 채 부축을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

목포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목포 김희리 기자 heeree916@seoul.co.kr
2014-04-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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