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낚시 어선 전복] 해경 공식 보고 23분 지연하고 승객 대부분 구명조끼 안 입어

[추자도 낚시 어선 전복] 해경 공식 보고 23분 지연하고 승객 대부분 구명조끼 안 입어

황경근 기자
입력 2015-09-07 00:02
수정 2015-09-07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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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후’ 하나도 안바뀌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을 해체하고 국민안전처를 신설했어도 해상 사고 예방 및 사후 대처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6일 제주 추자도 해상에서 전복된 낚시 어선은 출항 시 승선 인원도 파악하지 못했고 해경에 선박 실종 신고를 접수했지만 공식 접수는 23분이나 지연되는 등 안일한 판단으로 실종 선박 수색과 생존자 조기 구조에 실패했다. 사고 어선 돌고래호의 승선 인원이 오리무중이다. 이날 제주해양경비안전서 등에 따르면 돌고래호는 출항하기 전에 승선 인원이 모두 22명이라고 신고했다. 해경은 이 중 13명은 승선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4명은 승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생존자 중 1명은 승선 명부에 아예 없었다. 생존자 이모(49)씨는 “선장과 가이드 1명, 낚시꾼 16명 등 모두 18명이 낚싯배에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날 오전 이들을 구조했던 어선 관계자는 “구조 당시 배에 모두 26명이 타고 있으니 빨리 구조해 달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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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제주 추자도 남쪽 해상에서 제주 해경 구조대가 뒤집힌 돌고래호 주변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제주 연합뉴스
6일 오전 제주 추자도 남쪽 해상에서 제주 해경 구조대가 뒤집힌 돌고래호 주변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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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호의 2009년 모습. 2005년 건조된 돌고래호(9.77t)는 최대 승선 인원이 20명이다. 제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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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의 안일한 초기 대응도 화를 키웠다. 해경 추자출장소는 지난 5일 오후 8시 40분쯤 돌고래1호 선장 정모(41)씨가 직접 찾아와 돌고래호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신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주 해경은 사고 발생 후 경황이 없어 착오가 있었다며 정씨가 전화로 돌고래호의 통신 두절 상태를 신고했다고 해명했다. 신고 당시 정씨는 “오후 7시 38~40분쯤 돌고래호 김모(46) 선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김씨는 “잠시만”이라는 짧은 대답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고 밝혔다. 추자출장소는 기상 상태 등을 고려해 돌고래호가 목적지인 전남 해남으로 계속 항해 중인 것으로 판단, 목적지인 해남 남성항 등으로 연락을 취했다. 이후 23분이 지난 오후 9시 3분에야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를 경유, 제주해양경비안전서에 선박 실종을 공식 보고했다. 이평현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장은 “오후 8시 40분 최초 신고된 것이 맞지만 당시 기상 상황 등이 크게 나쁘지 않아 항해 중이라고 판단, 오후 9시 3분에 제주 해경 상황실에 공식 보고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해경이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로 확인된 돌고래호의 마지막 위치 등을 파악해 수색에 나선 것은 다시 7분이 지난 오후 9시 10분쯤부터다. 그러나 밤이고 추자도 인근 해역에 바람이 초속 9~11m로 강하게 불어 물결도 2~3m로 높았고 비까지 많이 와 사실상 수색 및 구조에 나서지 못했다.

구명조끼 착용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생존자 이씨는 “사고 당시 전복된 배에 선장을 포함해 구명조끼가 없는 사람 6명이 매달려 있었다. 비가 와서 구명조끼가 축축해 승객 대부분이 착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사고 당시 승객 상당수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 10명도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 발견됐다. 구명조끼가 젖었다는 진술로 보아 보관 상태도 문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돌고래호 승선자들이 출항 당시 선장으로부터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권고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구명조끼에는 통상 호루라기나 구조조명, 조명탄 등 구조 요청을 위한 간이 장비가 함께 들어 있어 어두운 밤에도 신속하게 위치를 알릴 수 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2015-09-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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