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갔더니 파헤쳐진 무덤·사라진 유골…누가 조상을 옮겼나

벌초 갔더니 파헤쳐진 무덤·사라진 유골…누가 조상을 옮겼나

김예슬 기자
김예슬 기자
입력 2023-09-30 14:00
수정 2023-09-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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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 대소원면에 있는 김모(58)씨의 친할머니 묘가 훼손된 모습. 봉긋하게 솟아 있어야 하는 무덤 자리가 움푹하게 패어 있고, 며칠 동안 내린 비로 물웅덩이가 돼 버렸다. 독자 제공
충북 충주시 대소원면에 있는 김모(58)씨의 친할머니 묘가 훼손된 모습. 봉긋하게 솟아 있어야 하는 무덤 자리가 움푹하게 패어 있고, 며칠 동안 내린 비로 물웅덩이가 돼 버렸다. 독자 제공
“30년을 벌초하러 다니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은 정말 처음 겪어봅니다.”

추석을 앞둔 지난 23일 김모(58)씨는 벌초를 하기 위해 충북 충주시 대소원면에 친할머니 묘를 찾았다. 가족들과 벌초를 시작하려던 김씨는 눈앞의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 우거진 수풀 사이로 묘가 파헤쳐져 있었고, 유골을 담은 관이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있었다. 며칠간 내린 비로 무덤은 물웅덩이가 돼 버렸다. 김씨 가족은 몇시간 동안 주변을 돌아봤지만, 유골은 찾을 수 없었다.

김씨 가족은 목격자를 찾기 위해 인근 마을을 수소문하고, 면사무소에 최근 분묘 개장 신고 접수를 문의했다. 인근의 묘를 이장하려던 사람이 오인했을 가능성도 있어서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인근에서 분묘 개장 신고는 지난해 한 건이고, 올해도 한 건 있지만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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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묘발굴은 징역 5년 이하에 처해지는 범죄다. 분묘발굴 후 유골을 손괴하거나 유기 및 은닉 등을 저지르면 징역 10년 이하에 처해진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분묘발굴죄 발생 건수는 총 155건으로 이 중 113건에서 177명이 검거돼 검찰에 송치됐다. 특히 추석이나 설을 앞두고 벌초하다 묘가 훼손되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김씨 가족은 추석 연휴 직후 충주경찰서에 사건을 접수할 예정이다. 다만 묘지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가 없고 목격자가 있을 가능성은 작아 묘를 훼손한 범인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이 근처는 명당자리도 아니다. 건물이나 골프장이 들어오지도 않는 걸로 안다”며 “처벌을 떠나 그저 유골만이라도 온전히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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