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끄는 참가자
지난 17일 오전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의광장. 짧은 머리에 회색 유니폼을 맞춰 입고 온 서울 영일고 학생들은 1만여명의 참가자 가운데 단연 눈에 띄었다. 1~3학년 학생 369명을 직접 인솔해 레이스에 나선 심건섭(60) 교장은 “지난해 처음 50명이 참가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10㎞를 완주한 3학년 이석주(18)군은 “마라톤대회 출전은 처음이지만 친구들과 같이 뛰니 설레고 재밌었다”면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친구들이 나와 또래이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웠지만, 먼저 간 친구들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 동호회 회원 24명도 봉사자들의 손을 꼭 잡고 완주했다. 하프코스에 도전한 시각장애인 윤주홍(52)씨는 2시간9분 만에 결승선에 들어왔다. 윤씨는 “날씨가 더워서 평소보다 조금 더 걸렸지만 끝내고 나니 개운하다”면서 “초등학교 이후 눈이 보이지 않으면서 마라톤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 뛰고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흐르는 땀을 훔쳤다.
대회 참가자 중 두 번째 고령인 신홍철(78)씨는 평소 뛰던 5㎞ 코스가 아닌 10㎞ 코스에 도전해 1시간21분 만에 완주했다. 긴장된 표정으로 첫발을 뗐지만 결승선을 통과할 때는 한없이 밝은 표정이었다. 신씨는 “내 몸이 10㎞를 뛸 만큼 건강한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4-05-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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