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드론에 머리 다칠 뻔한 슬로프에서 히르셔 통산 49승째

2년 전 드론에 머리 다칠 뻔한 슬로프에서 히르셔 통산 49승째

임병선 기자
입력 2017-12-24 13:17
수정 2017-12-2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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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알파인 스키 흥행을 주도할 마르셸 히르셔(28·오스트리아)가 2년 전 드론 카메라에 크게 머리를 다칠 뻔한 슬로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여섯 시즌이나 월드컵 종합 우승을 차지한 히르셔는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마돈나 디 캄피글리오의 트렌티노 리조트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스키 월드컵 남자 회전 1, 2차 시기 합계 1분39초79로 통산 49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1차 시기를 현격히 앞섰던 히르셔는 2차 시기 중반에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지만 루카 아에르니(스위스)를 100분의 4초 차로 따돌리며 힘겹게 우승했다.

카날로네 미라몬티의 이곳 슬로프는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험준한 슬로프로 손꼽힌다. 2년 전 히르셔가 하늘에서 추락하는 드론 카메라를 몇 인치 차이로 피하는 바람에 행운의 우승을 차지했던 헨리크 크리스토페르센(노르웨이)은 100분의 5초 뒤져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동현(29·하이원리조트)은 1분57초08로 전체 82명 가운데 26위를, 2차 시기를 완주한 26명 가운데 꼴찌에 머물렀다.

히르셔는 “오늘 난 운이 좋았다. 끝내”이라고 말했다. 그는 10개의 기문 가운데 일곱 번째전까지 잘 이끌었으나 기문을 착각해 주로에서 많이 벗어났지만 재빨리 다음 기문으로 향하는 주로를 잡아 간신히 제대로 통과했다. 그는 “그 실수 이후 충격을 먹었다. 그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털어놓았다.

이 장면은 이탈리아 알파인 스키의 레전드 알베르토 톰바가 1994년 오스트리아 레흐에서 회전 도중 완주하지 못할 뻔했지만 결국 우승을 차지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톰바가 이날 시상식에서 히르셔에게 우승 트로피를 건네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올 시즌 여섯 차례 월드컵에서 네 차례나 우승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다관왕 가능성을 입증했다. 18세이던 2007년 월드컵 무대에 데뷔해 49승을 거뒀는데 대회전에서 24승, 회전에서 22승을 거뒀다. 24차례 대회전 우승은 라이벌인 테드 리게티(33·미국)와 함께 잉에마르 스텐마크(스웨덴·46회) 다음이다.

정작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회전 5위와 대회전 4위에 그쳤고,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회전 은메달을 목에 거는 데 만족했고 대회전에선 리게티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을 바라보며 4위에 머물러 평창에서 설욕을 벼르고 있다.

히르셔는 지난 8월 오스트리아에서 훈련하다 스키가 기문에 걸려 균형을 잃고 넘어져 왼쪽 발목을 심하게 다쳐 최소 6주 진단을 받고 재활했다. 카약과 모터바이크를 즐기는 활달한 기질 덕에 예상보다 빠르게 복귀해 폼이 올라오고 있다며 평창 경기 입장권을 구매했다는 국내 팬들이 눈에 띈다.

히르셔는 종합 월드컵 랭킹 포인트에서 크리스토페르센보다 29포인트 앞서 있으며 회전 월드컵 랭킹에서는 이날 시즌 첫 우승했는데도 크리스토페르센보다 6포인트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마르셸 히르셔(가운데·오스트리아)가 22일(현지시간) FIS 알파인 스키 월드컵 남자 회전 종목 우승을 차지한 뒤 은메달 루카 아에르니(왼쪽·스위스), 동메달 헨리크 크리스토페르센(노르웨이)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돈나 디 캄피글리오 AP 연합뉴스
마르셸 히르셔(가운데·오스트리아)가 22일(현지시간) FIS 알파인 스키 월드컵 남자 회전 종목 우승을 차지한 뒤 은메달 루카 아에르니(왼쪽·스위스), 동메달 헨리크 크리스토페르센(노르웨이)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돈나 디 캄피글리오 AP 연합뉴스
마르셸 히르셔(오스트리아)가 22일(현지시간) FIS 알파인 스키 월드컵 남자 회전 종목 우승을 차지한 뒤 샴페인을 서포터들에게 뿌리고 있다. 마돈나 디 캄피글리오 AP 연합뉴스
마르셸 히르셔(오스트리아)가 22일(현지시간) FIS 알파인 스키 월드컵 남자 회전 종목 우승을 차지한 뒤 샴페인을 서포터들에게 뿌리고 있다.
마돈나 디 캄피글리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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