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드러낸 ‘북한식 축구’

한계 드러낸 ‘북한식 축구’

입력 2010-06-22 00:00
수정 2010-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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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틸 수 있지만 이기지 못하는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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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 일어나!
정대세 일어나! 21일 밤(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타운 그린 포인트 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G조 조별리그 북한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북한이 7-0으로 참패한뒤 정대세가 티아구와 카르발류의 위로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축구 대표팀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서 선보인 승부수는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철벽 수비와 빠른 역습이다.

 하지만 21일(한국시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2차전에서 대패하며 16강 진출이 좌절되면서 이런 ‘북한식 축구’는 피기도 전에 지고 말았다.

 북한은 전반 중반까지만 해도 포르투갈의 예봉을 그물수비로 무력화하면서 빠른 역습으로 여러 차례 선제골 기회를 얻었다.

 선전이 경기의 전체의 분위기를 끌어오면서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포르투갈 축구팬도 본선 출전국 가운데 최약체로 평가되는 북한에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기술과 체격,빅매치 경험이 우월한 강호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이런 전법은 하루아침에 준비된 것은 아니다.

 북한은 월드컵 예선에서부터 수비축구로 승점을 쌓아왔고 한국과 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가 편성된 ‘죽음의 조’에서 2위로 살아남으면서 효용을 일부 증명됐다.

 기본 전형은 5-4-1 또는 5-3-2이지만 5명이 포진한 수비라인이 미드필더들과 간격을 최소화하면서 촘촘한 수비망을 형성한다.

 브라질과 포르투갈 사령탑은 한결같이 선수 개개인이 매우 빠르고 체력이 극도로 단련돼 엄청난 순발력과 지구력을 발휘하는 북한식 축구를 잔뜩 경계했다.

 역습 때 수비수가 공격에 가담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상대가 역습 기회를 엿보기도 전에 다시 뛰어 들어와 수비 전열을 회복하는 데도 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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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타운 그린 포인트 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G조 조별리그 북한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정대세와 박남철이 전반 첫골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타운 그린 포인트 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G조 조별리그 북한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정대세와 박남철이 전반 첫골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승부수는 정대세(가와사키 프론탈레)가 책임져왔다.

 저돌적인 돌파와 빠른 스피드,우격다짐으로 때리는 슈팅 등 정대세의 장기는 한 번에 이어지는 긴 패스를 결정적 기회로 만들어내기에 적합하다.

 북한 대표팀 관계자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선수비 역습속공’ 패턴을 ‘조선 사람의 체질적 특성에 맞는 경기 전법’이라고 주장해왔다.

 김정훈 북한 감독은 “남의 것이 아닌 조선의 축구를 끝까지 관철한다는 것을 준수한다”며 “상대팀 연구는 물론 깊이 해야 하지만 우리 팀의 장점을 살린 우리 식 전법대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브라질과 1차전,이날 포르투갈과 2차전에서처럼 ‘주체전법’은 얼마 동안 버틸 수는 있을지언정 이기는 축구를 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수차례 실점 위기를 선방하기는 하지만 순간의 실수나 상대의 탁월한 기술 때문에 한 방을 미리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차적 취약점이고 선제골을 얻어 맞으면 답이 없다는 게 본질적 한계다.

 이런 한계를 북한도 잘 인식하고 있는 듯 정대세도 “실수 없이 집중하면서 잘 버티다가 마지막 10분에 승부를 걸기를 원한다”는 말을 해왔다.

 큰 무대 경험이 없는 북한 선수들은 선제골을 얻어맞은 뒤 조직력이 급속도로 와해되는 약점을 노출했고 추격할 공격력이 부족하지만 마음만 급해지면서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처참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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