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합격 전 회계사 시험 붙어 삼일회계법인 근무
최중경(사진)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한국공인회계사회 신임 회장에 당선됐다.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 사태 등으로 회계업계에 대한 개혁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개혁 추진에 얼마나 힘을 쏟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중경 동국대 석좌교수·동국정경연구원장·전 청와대 경제수석
당초 이번 선거는 최 전 장관과 이 교수의 박빙 대결이 예상됐다. 부실회계에 대한 공인회계사의 책임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두 후보 모두 개혁을 역설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에서는 입장이 엇갈려 회계업계의 표심에 관심이 모아졌다.
최 전 장관은 정부가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으로 회계법인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벌점제 등을 도입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 교수에 비해 누그러진 대응을 내놓은 것이다.
최 전 장관의 당선은 회계업계가 관 출신인 최 전 장관이 위기에 처한 업계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최 전 장관은 공약으로 감사보수 최저한도 설정, 회사와 감사보고서 이용자의 감사보수 공동 부담 추진, 감사보수 공탁제 도입 등을 내걸었다. 회계업계는 그동안 글로벌 평균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감사보수 때문에 감사품질을 높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최 전 장관은 회계업계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낮은 보수를 지적했다. 적정수준의 보수를 받지 못하면서 기업에 대해 ‘을의 지위’에 처해 있다는 생각이다. 최 전 장관은 기업과 회계법인의 관계를 변화시켜 서로 견제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 동국대 석좌교수로 있는 최 전 장관은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세계은행 상임이사, 기획재정부 제1차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행정고시(22회) 합격 전 공인회계사 시험에 붙어 삼일회계법인에서 잠시 근무했던 인연이 있다.
최 전 장관에게는 최틀러(최중경+히틀러)라는 별명이 있다. 2003년 당시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을 맡았을 때는 원화 값이 뛰자 막대한 자금을 외환시장에 쏟아부으며 방어에 나섰다. 최틀러는 당시 외국의 외환 데스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회계사회 회장으로서도 특유의 소신과 카리스마를 발휘해 업계 개혁을 밀어붙일지 주목된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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