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번엔 저축銀 피해 ‘공적자금’ 보상 추진

국회 이번엔 저축銀 피해 ‘공적자금’ 보상 추진

입력 2012-02-14 00:00
수정 2012-02-14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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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열 정무위원장 “예보기금 쓰고 재정으로 채우겠다”

저축은행 피해 구제를 두고 ‘위헌 입법’ 논란을 빚은 정치권이 이번에는 세금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예금보험기금 활용 대신에 정부 재정을 끌어다 쓰겠다는 발상으로 더 심각한 무리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14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허태열 위원장은 저축은행 피해보상 특별법 논란에 대한 반박자료에서 “예보기금이 피해자 보상으로 사용된 부분은 사후적으로 정부 재정으로 보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 예금자나 보험 가입자 등의 부담으로 조성한 사적(私的)자금인 예보기금을 우선 넣되, 예보기금에서 저축은행 피해자에게 빠져나간 돈은 나중에 공적(公的)자금인 정부 재정으로 메워주겠다는 의미다.

허 위원장은 “(저축은행 피해는) 정부가 잘못한 부분만큼 책임지는 것이므로 정부 재정으로 직접 보상하는 게 맞다”며 “그러나 정부 재정은 당장 올해 예산에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에 예보기금을 우선 사용하도록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보상 재원의 출처를 잠시 바꿔두는 방식을 써서라도 오는 15일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16일 본회의에서 정무위 의결안대로 특별법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은 셈이다.

정부는 재정 투입은 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특정 기간에 특정 분야 피해자에 공적자금을 쏟아붓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정 투입 방안을 두고 예산 심의권만 가진 국회가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무시하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허 위원장의 주장과 달리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책임소재 시비와 피해자 보상 재원은 별개라는 게 정부의 논리다.

저축은행 부실사태에 대한 민ㆍ형사상 책임이 재판에서 가려지지 않으면 정부가 ‘도의적 책임’만으로 피해자에게 세금을 지원하면 국가배상법 절차를 어기게 된다.

현재 부산ㆍ부산2ㆍ삼화저축은행 피해자들은 정부, 금융감독원, 회계법인, 저축은행 대주주 등을 상대로 11건의 손해배상소송을 냈으나 관련 형사소송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판결이 보류된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금보호제도로 풀어야 할 일에 예외를 둬 재정이 직ㆍ간접적으로 관여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온 국민으로부터 걷은 세금을 가져다 쓰려면 그에 합당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이쪽 호주머니(예보기금)에서 빼오든 저쪽 호주머니(정부 재정)에서 빼오든 대다수 국민이 갹출하게 되는 결과는 마찬가지”라며 “더구나 공적자금 투입은 편법 지원 소지가 있고, 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다급해진 정무위가 점점 ‘자가당착’의 함정에 빠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틈만 나면 정부의 재정 운용이 방만하다고 질타하던 정치권이 정작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에는 세금을 ‘쌈짓돈’처럼 쓰려는 자세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조세연구원 박형수 선임연구위원은 “예산에 못 넣었으니 잠시 예보기금을 쓰고 예산을 채워 넣겠다는 뜻인데, 특별법을 만드는 순간 예산을 넣을 근거는 사라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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