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신용강등에 그리스 디폴트 우려 고조

피치 신용강등에 그리스 디폴트 우려 고조

입력 2012-02-23 00:00
수정 2012-02-23 14:0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구제금융 패키지 승인으로 잦아드는 듯하던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 직전 수준까지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23일 피치의 결정이 이미 예고된 것으로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22일(현지시간)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CCC’에서 ‘C’로 두단계 강등했다. ‘C’는 투기등급으로는 가장 낮고 디폴트 등급보다 불과 한 단계 높다.

피치의 결정은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패키지에 합의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전날 2014년까지 그리스에 최대 1천3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아울러 민간채권단이 부담할 그리스 국채 손실률(헤어컷)도 50%에서 53.5%로 높이기로 했다.

피치는 작년 7월 민간채권단의 손실 부담 결정이 내려지면 그리스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 수준으로 신용등급을 낮출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제한적 디폴트는 모든 채무를 갚을 수 없는 디폴트 상태와 구분하기 위한 개념으로, 일부 채무에 대해 정해진 기일에 정상적으로 상환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제한적 디폴트에는 채권단과의 채무 교환이 수반된다.

그리스가 국채 교환에 나서면 신용등급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피치는 “민간채권단의 자발적 국채 교환은 당사 기준으로는 강제적 국채 교환에 해당한다”며 “국채 교환 제안이 나오면 그리스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 등급으로 떨어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리스가 집단행동조항(CACs)을 도입해 일부 민간채권단의 참여를 강제할 경우 이에 해당하는 국채에 대해서는 디폴트 등급인 ‘D’를 부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스 신용등급 강등이 예상된 일이기는 하지만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는 다시 커졌다.

피치는 이번 결정을 발표하며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이 “단기적으로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 지원으로 당장 돌아오는 국채 만기는 무난히 넘긴다 하더라도 재정 정상화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그리스에 부과된 긴축 의무는 경기침체를 심화시키고 부채 문제를 감당할 수 없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긴축정책으로 그리스의 내수가 위축되면 경기가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며 그리스가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리스 신용등급 강등은 이미 예고된 것이어서 시장에 충격을 주지는 않겠지만 그리스 재정위기 이슈는 상반기 중에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 박승영 연구원은 “그리스 부채 문제가 시장에 충격을 주려면 위기가 주변으로 전이돼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약화돼야 하는데 유동성이 공급되는 상황에서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동양증권 이철희 연구원은 “구제금융 지원으로 금융시장 충격은 피했지만 그리스 경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그리스에 대한 트로이카의 실사가 이뤄지는 오는 6월쯤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정치적 이슈에 대한 연예인들의 목소리
가수 아이유, 소녀시대 유리, 장범준 등 유명 연예인들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대한 지지 행동이 드러나면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직접적인 목소리는 내는 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연예인도 국민이다. 그래서 이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대중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연예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