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인터내셔널·롯데백화점 등 ‘비인기’ 봅슬레이·루지 등 지원
1억원이 넘는 비싼 썰매값 탓에 남의 썰매를 빌려 연습했던 한국 봅슬레이팀 원윤종, 서영우 선수가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는 첫 메달에 도전한다. 봅슬레이는 썰매에 누운 채 얼음 트랙을 내달리며 시간을 겨루는 운동경기다. 몇 년 전만 해도 “아스팔트 훈련으로 무릎이 성할 날이 없었다”고 토로할 정도였지만 지난달 9일 미국 아메리카컵 2인승 부문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이런 ‘기적 같은 일’ 뒤에는 대우인터내셔널과 롯데백화점 같은 든든한 기업들의 후원이 있었다. 물론 기업이 밑지는 장사를 하는 건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은 적은 돈으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기업과 선수가 ‘윈윈’하는 셈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비인기 종목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선수들의 실력이 빠르게 늘고 국민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어 축구나 야구 같은 인기 스포츠만큼 마케팅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우인터내셔널은 2011~2018년 봅슬레이팀에 대한 국내외 훈련비, 썰매 구입비, 선수단 차량 지원을 하고 있지만 연간 소요되는 비용은 3억원 정도다. 하지만 선수들은 최하위에서 금메달을 넘볼 정도로 급성장했다.
2010∼2011년 봅슬레이를 지원했던 롯데백화점은 올해 루지(썰매에 누운 채 얼음 트랙을 미끄러져 시간을 다투는 운동경기) 국가대표팀에 1억원을 후원했다.
올 소치 동계올림픽 예상 수입액이 100억 달러(약 10조 7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소’한 수준이다. 하지만 루지팀은 처음으로 올림픽 전 종목 출전 자격을 얻은 데 이어 팀 계주에서 메달 획득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도 1997년부터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사를 맡아 스피드스케이팅·쇼트트랙 등 빙상 종목 전반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이번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는 올림픽 공식 제품인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3’를 각국 선수단 전원(3000여명)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이 밖에 한라는 아이스하키팀을, CJ는 한국 스노보드팀을 꾸준히 지원해 왔다. 특히 CJ가 후원해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최초로 은메달을 획득한 김호준(스노보드 하프파이프)과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5위에 입상한 최재우(프리스타일 모굴 스키) 등 2명 모두 당당히 이번 올림픽에 출전해 회사 관계자들을 뿌듯하게 하고 있다.
2018년까지 대한컬링경기연맹에 100억원 상당을 후원하기로 한 신세계는 지난해 제1회 ‘신세계·이마트 전국컬링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진 덕인지 컬링도 올림픽 여자 부문에서 5명을 처음 내보낸다. 업계 관계자는 “비인기 종목에서 동메달이라도 나온다면 해당 기업의 이미지가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경기 결과에 대해 재계 안팎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4-02-0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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