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 국내 적용...신중론속에 찬반 팽팽

’잊혀질 권리’ 국내 적용...신중론속에 찬반 팽팽

입력 2014-06-16 00:00
수정 2014-06-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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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상 개인과 관련된 정보의 삭제 요청권, 이른바 ‘잊혀질 권리’를 국내에서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관련 법제의 도입까지 고려할 사항이 많다며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정찬모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16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개최한 2014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콘퍼런스에서 “’잊혀질 권리’의 국내적 도입은 신중해야 하며 일단은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사생활 침해 정보에 대한 삭제요청권의 운용을 재점검하는 수준에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잊혀질 권리’는 사용자들이 시효가 지났거나 부적절한 자신 관련 정보에 대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지난달 13일 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정 교수는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 공서양속과 같은 다른 법익과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난 정보라고 해서 삭제해도 된다고 정의하는 것은 미래인터넷 세상의 가능성을 제약하고 책임감 있는 인생관 형성을 저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와 백수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박사는 정 교수보다 좀 더 강력하게 ‘잊혀질 권리’ 도입을 촉구하면서 ‘잊혀질 권리’를 법제화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과 포함해야 할 내용 등을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삭제·처리정지권(36·37조)을 유럽사법재판소가 인정한 ‘잊혀질 권리’의 근거 조문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다만 이 권리의 인정 여부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이니 새로운 명문의 입법을 통해 명확한 근거 규정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이 과정에서 ‘잊혀질 권리’의 문제점인 ‘한계 설정’이나 ‘이익형량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박사는 검색 결과에 관한 개인의 ‘잊혀질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현행법상으로는 포섭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잊혀질 권리’의 인정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점과 이를 심사할 판단주체의 설정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며 “그런 뒤 ‘잊혀질 권리’를 구현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입법적 해결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잊혀질 권리를 법제화할지 여부에 대해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김태열 SK컴즈 팀장은 “현행법으로도 잊혀질 권리는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며 별도의 법제도 도입을 강하게 반대했다.

김 팀장은 “정보를 지닌 사업자의 판단근거 및 기준이 달라 개인정보 침해시 이용자 증명과 대응이 어려우니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기존 법을 충분히 활용하되 사업자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우리나라는 개인의 정보보호보다 표현의 자유를 더 강조해야 하는 시기”라며 “ECJ가 사용한 ‘부적절성’이라는 단어도 모호하고 불명확하니 이 개념 자체를 법에다 규명하고 판례를 형성해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윤주희 소비자 시민모임 부위원장은 “정보 주체 이용자들에게는 수집된 자기 정보를 수집되지 않게 할 권리가 있다”며 “정보 주체가 자기 정보를 지킬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성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단장과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잊혀질 권리’의 범위, 충돌하는 권리들 간의 조절 방식 등 ‘잊혀질 권리’가 법제화될 경우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방통위는 이어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안’에 대한 의견도 수렴했다.

가이드라인안은 빅데이터 사업자가 사전 동의 획득이 곤란한 정보의 수집·이용에 대해 옵트아웃(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처리) 방식을 적용하고 수집 사실을 공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방통위는 이날 토론회 의견 등을 반영해 이르면 이달안, 늦어도 내달 중 가이드라인을 확정, 공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오전 정책 설명회에서는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 법률’과 ‘주민번호 미수집 전환 및 파기 정책’에 대한 설명과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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