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가 타 버려 못 바꿀 수도
제주도에 사는 가정주부 이모씨는 젖은 돈을 앞에 두고 고민에 빠졌다. 224만원이나 되는 돈을 일일이 낱장으로 분리해 널어 말리자니 갑갑했다. 순간, 비상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씨는 전자레인지에 젖은 돈을 넣고 돌렸다. 뿌듯함도 잠시…. 딴 일을 하다가 타는 냄새에 깜짝 놀라 후다닥 취소 버튼을 눌렀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지폐 모서리 부분이 바삭하게 타버렸다. 다행히 불에 탄 면적이 4분의1을 넘지 않아 한국은행에서 222만원을 새 돈으로 교환받았지만 1만원짜리 2장은 끝내 건지지 못했다.한국은행은 이렇듯 보관이나 사용 중 훼손으로 바꿔준 손상화폐가 올 상반기 16억 9100만원어치라고 8일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19.2%(2억 7000만원)나 늘었다. 정상덕 한은 발권기획팀장은 “유통 수명이 다해가는 지폐 등이 늘면서 폐기하거나 교환해주는 화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 돈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사형선고’를 받고 폐기 처분된 손상화폐는 올 상반기 1조 3620억원(교환분 포함)어치다. 이를 새 돈으로 대체하는 데 든 돈만 264억원이다.
한은은 원래 돈보다 남은 면적이 4분의3 이상이면 전액, 5분의2 이상이면 절반만 바꿔준다. 손상화폐 취급 요령과 교환 기준 등은 한은 홈페이지(www.bok.or.kr)에 자세히 나와 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2014-07-0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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